[2006월드컵]글래스고의 ‘아드보 애증’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코멘트
아드보카트는 글래스고의 영웅? 원수?

한국축구대표팀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1998년부터 3년 동안 스코틀랜드 프로축구리그 글래스고 레인저스 감독을 맡았다. 1999년과 2000년 스코틀랜드 축구협회(FA)컵과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2년 연속 2관왕에 올랐다.

글래스고에는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이 있다. 하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던 레인저스, 다른 팀은 셀틱스. 1880년대 생긴 두 팀은 세계 축구사에 손꼽히는 전통의 라이벌. 전투에 가까운 거친 경기를 하기로 유명하다.

글래스고에서 10년째 거주하는 교포 김철웅(40) 씨는 “글래스고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레인저스 팬, 다른 하나는 셀틱스 팬”이라며 두 팀의 라이벌 관계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설명했다. “길가는 학생들을 보라. 파란색 티셔츠와 녹색 줄무늬 티셔츠가 많다. 파란색은 레인저스, 녹색은 셀틱스 유니폼이다. 아드보카트에 대해 물어 보면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영웅이라 답하고 녹색을 입은 사람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래스고에서 두 팀의 팬들이 워낙 격렬하게 응원해 축구 중계가 있는 날 술집에 갈 때는 파란색이나 녹색 티셔츠를 입고 가지 않는 게 불문율이 됐다고 한다. 두 팀의 팬들이 싸움을 벌일까봐서다.

유학생 강주영(27) 씨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셀틱스가 1위, 레인저스가 3위를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떠난 후 레인저스가 챔피언 자리를 내주자 당시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고 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으로서는 스코틀랜드가 ‘행운의 땅’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어떤 행운을 엮어 낼까.

글래스고=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