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봉주…25km 오르막서 무너져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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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가 30일 14위로 골인한 뒤 허탈한 듯 트랙에 무릎을 꿇고 있다. 아테네=연합
이봉주가 30일 14위로 골인한 뒤 허탈한 듯 트랙에 무릎을 꿇고 있다. 아테네=연합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후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또 한번의 쾌거를 기대했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4·삼성전자).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2시간15분33초로 전체 112명의 출전선수 중 14위. 지영준(2시간16분14초·17위·코오롱) 이명승(2시간21분01초·41위·삼성전자)보다는 나았지만 실망스러운 성적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승부처가 된 25km 중반 이후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 초반 내내 선두권을 유지했던 이봉주는 하프(21.0975km) 구간을 통과했을 때만 해도 선두에 15초 뒤진 3위를 달려 희망을 갖게 했다.

그러나 이봉주는 본격적인 오르막 구간이 시작된 25km 지점부터 당시 선두를 달리던 리마와 100m 차이를 두고 따라가던 2위 그룹에서도 처지기 시작했고 30km 지점에서는 선두와 1분25초나 차이 날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예상보다 높지 않았던 기온도 이봉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

스피드가 처지는 이봉주는 무더위 속 레이스가 펼쳐질 경우 지구력 싸움으로 승부를 걸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기상조건이 기온 섭씨 30도에 습도 39%로 23일 여자마라톤 때보다 5도가량 낮아 레이스 전략이 차질을 빚었다.

또 중반 이후 선두권 선수들이 스퍼트를 펼친 시점에 오른발에 물집이 잡힌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봉주는 “후반 들어 페이스가 들쑥날쑥하면서 언덕에서 체력이 떨어졌다. 코스가 다른 곳과는 많이 달랐다. 큰 오르막은 없지만 은근한 오르막이 계속돼 예상보다 힘들었다”며 “생각만큼 안되는 게 마라톤인 것 같다. 귀국해 감독님과 진로를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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