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탐험]1월11일 43일째 "오늘은 계속 간다"

  • 입력 2004년 1월 19일 15시 18분


날씨 : 맑음

기온 : 영하 26.5℃

풍속 : 초속 2m

운행시간 : 09:20-01:10 (15시간50분)

운행거리 : 41.6km (누계 :1094.7km)

야영위치 : 남위 89° 41.212′ / 서경 82° 14.798′

고도 : 2,799m / 남극점까지 남은 거리: 35.1km

남극점까지 남은 거리 76.7km를 이틀 만에 가기위해 고심한다.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싶은 대원 모두의 마음과 평생 한 번 뿐일 지금 기회에 ‘먼 훗날 돌이켜 생각해도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다. 처음에는 오늘 적게 걷고 내일은 잠을 못 자더라도 끝까지 갈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는데 끝까지 가다가 오후 12시를 넘기게 되면 탐험기간이 하루 늘어나기 때문에 오늘 가능한 많이 걷기로 결론을 냈다. 요 며칠 대원들은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걸으면서 졸고 졸다가 앞사람과 떨어지고 가끔 눈밭에 넘어지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아무 말 없이 박대장의 결정과 지시에 따른다. 09:00출발을 지키지 못하고 09:20분에 출발한 것도 수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 박 대장은 간단한 얘기만으로 그냥 넘어간다. 평소 같으면 난리를 칠 일이다.

남극에서 40일을 넘게 걸으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설원의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눈앞에, 발아래 펼쳐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냥 걷기만 할뿐이다. 다행히 기복은 심하지 않고 다만 나빴던 날씨 때 조금씩 내린 눈이 쌓여있어 스키가 잘 나가지 않고 덩달아 썰매도 잘 끌려오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고도가 높기때문에 가쁜 숨을 몰아 쉬어야 하는데 입으로 호흡을 하다보니 -20℃이하의 찬 공기가 기관지와 폐로 들어가며 대원들 모두 어느 순간부터 고통스런 기침을 하고 있다. 마치 오래 앓고 있는 폐병 환자처럼.

강철원 대원이 오늘은 초반부터 뒤로 처지더니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정신력이 한계를 보는 듯한 강대원의 의지에 대원들은 운행에 차질이 있다는 것보다 그의 의지에 아무 말 없이 끝까지 잘해주기를 바랄뿐이다. 다행히 해가 하늘을 계속 지키고 있었고 바람도 잠을 잔다. 오후 12시(밤), 박대장이 썰매를 멈추기에 이치상 대원은 ‘캠프를 칠거냐’고 묻자 ‘쉬어 간다’고 대답한다. 간식을 먹고 조금 더 가자는 얘기다. ‘파시코를 탈거냐?’고 묻자 이현조 대원은 ‘탈 준비가 다 됐다’며 ‘시간이 걸리니 그냥 가자’는 박대장의 말에 가벼운 저항을 한다. 막내의 말이라 박대장도 그러라 한다. 파시코와 간식을 먹고 다시 운행이다. 끝나는 시간의 기약은 없다. 앞장 선 박대장이 멈추면 운행 종료가 된다. 아무도 몇 시까지 가느냐를 묻지 않고 간식을 먹고 일어선 박대장의 뒤를 소리없이 따른다. 언덕을 오른다. 오르는 일에도 이제 요령이 붙어서 쉬지 않고 걷는다. 다만 호흡 때마다 고통스런 기침이 한 박자 쉬어가게 만든다. 그런 운행을 꼭 한 시간 한 뒤 걸음을 멈추는 박대장, 대원들은 잠시 쉬는 줄 알았는데 캠프를 치라고 지시한다. 잠시 쉬어가는 캠프지 피곤하다고 푹 퍼져있을 곳이 아니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텐트를 치고 물을 만들며 식사를 한다.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강철원 대원이 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초조해진 대원들은 앉아서 기다린다. 새벽 4시 무거운 발걸음으로 도착 한 강 대원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캠프로 들어선다. 침낭을 펴지 않고 그냥 비스듬히 기대어 주어진 두 시간의 수면시간을 보낸다. 6시 기상이다. 어김없이 일어나 앉은 오희준 대원과 이현조 대원은 버너를 켜고 아침밥을 준비한다.

탐험대 이치상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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