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승부사’ 스콜라리 감독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47분


브라질 스콜라리 감독 [동아일보 자료사진]
브라질 스콜라리 감독 [동아일보 자료사진]
“뜨겁게 살고 뜨겁게 죽자.”

‘삼바 축구’ 브라질을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결승에 이끈 명장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54)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리오그란데주 출신인 그는 현역선수 시절 수비수로 뛰었을 뿐 결코 화려한 주목을 받는 스트라이커를 맡아 본 적이 없다. 또 브라질 국가대표로도 발탁된 일도 없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87년 브라질 프로축구팀 크레미오 감독을 맡았을 때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한 그는 95년과 99년 맡은 팀을 브라질 프로리그 우승으로 이끌어냈다. 지도자로서의 그의 실력이 평가 받기 시작하면서 작년 6월 국가대표팀 감독에 취임하기 까지 그는 한마디로 ‘잡초 같은 인생’을 열정을 다해 헤쳐 나왔다.

그는 잉글랜드팀과의 준준결승을 하루 앞두고 선수들과 숙소인 한 호텔에서 비디오 1편을 보았다. 1999년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품 ‘애니 기븐 선데이’. 내용은 주연 알 파치노가 NFL(전미 미식 축구 리그) 소속 미식축구팀 감독을 맡아 약체인 팀을 휼륭한 팀으로 끌어올리는 것.

‘아직 남은 인생이 있다면 1인치 앞으로 나서는 것를 위해 싸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일. 헛되이 살기보다 뜨겁게 죽자.’

펠리페 감독은 비디오 상영이 끝난 뒤 라스트신에 등장하는 이 말을 선수들에게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무명선수로, 무명 감독으로 지내오며 겪어야 했던 숱한 아픔과 괴로움을 오로지 열정으로 헤쳐 나온 그이기에 ‘뜨겁게 살고 뜨겁게 죽자’는 말을 좋아한다. 연습중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다 갑자기 핏대를 세우며 벼락같은 호통을 치기도 한다. 한없이 친절하다 격노해 선수들을 패기도 한다. 하지만 브라질팀 선수들의 감독에 대한 존경심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도무지 싫어할 수가 없는 매력이 그에게는 있다. 그는 버스 호텔 연습장 가릴 것 없이 항상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감독으로서만이 아니라 때로는 아버지처럼.”

브라질의 한 신문기자는 이렇게 그를 평가한다. 비단 감독으로서 좋은 성적 때문만이 아니라 이같은 점 때문에 선수들이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는 무엇보다 팀내의 규율을 강조한다. 그가 감독을 맡은 시기는 브라질팀이 월드컵지역 예선 탈락 위기에 놓였을 때. 그가 감독에 취임한 뒤 브라질팀은 극적으로 소생해 월드컵진출에 성공했다.

지도자로서의 그의 신념은 대통령도 못 꺾었다. 최종 엔트리 확정시 대통령 조차 엔트리 포함을 부탁했던 천재 스트라이커 호마리오를 “팀내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천재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받지 않겠다”며 제외시켜버렸다. 당연히 비판도 많았지만 그는 눈하나 까닥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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