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 프랑스를 버리나

  • 입력 2002년 6월 6일 23시 33분


프랑스 공격수 다비드 트레제게가 발리킥을 하고 있다.
프랑스 공격수 다비드 트레제게가 발리킥을 하고 있다.
로제 르메르 감독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불운을 이미 예견이라도 한 듯이….

2002월드컵축구대회 최대 우승 후보로 꼽히던 프랑스의 ‘몰락’은 지난달 이미 그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월드컵 개막 직전 안방에서 러시아, 벨기에와 가진 두 차례 평가전에서 1무1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주위의 우려를 자아냈던 것.

이때까지만 해도 프랑스팀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주전 4명이 빠져 부상 병동으로 불리던 때라 벨기에전 1-2 패배도 팀 기둥 지네딘 지단의 공백 탓으로 돌렸다. 그 시간 지단은 출산하는 아내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프랑스가 불운을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은 월드컵 개막을 닷새 앞두고 가진 한국과의 평가전. 천신만고 끝에 3-2로 간신히 이기기는 했지만 지단이 왼쪽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전반 교체돼 나왔다.

결국 프랑스는 월드컵 개막전에서 지단의 공백을 절감하며 신출내기 세네갈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6일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프랑스의 남은 희망은 오로지 지단의 부상 회복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끝내 프랑스를 외면했다. 지단의 강한 의욕에도 불구하고 부상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지단을 대체할 유리 조르카에프마저 허벅지 근육이 늘어나는 부상을 했다. 윙백 릴리앙 튀랑은 자체 훈련 도중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와 부딪쳐 정강이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마침내 6일. 우루과이전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프랑스는 노도처럼 상대 문전을 향해 포문을 열었지만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1패를 안은 부담감에 공격 일변도로 나가다 우루과이의 기습 공격에 몇 차례 위기를 자초했고 25분 티에리 앙리가 무리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프랑스의 노장수비수 프랑크 르뵈프마저 이미 경기 시작 16분 만에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된 상태였다.

수적 열세 속에 우루과이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던 프랑스는 전반 종료 직전 파트리크 비에라가 우루과이 다리오 실바의 위험한 태클에 쓰러져 들것에 실려나갔지만 주심의 외면으로 수적 균형을 맞출 찬스를 놓쳤다.

후반 냉정을 되찾은 프랑스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오히려 경기를 리드했지만 끝내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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