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시연회 ‘평화의 종’ 깜짝 등장 분위기 절정

  • 입력 2002년 5월 29일 01시 42분


3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세계인의 눈앞에 동방의 혼과 멋을 드러낼 2002 월드컵 개막식의 전모가 공개됐다. 월드컵 개막식 제작단은 28일 월드컵경기장에서 4만여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월드컵 개막식 시연회를 갖고 4개 ‘마당’으로 이뤄진 개막식과 식전행사를 40분간 펼쳐 보였다.

전통의상을 입은 400여명의 무용단과 취타대의 행진으로 시작된 첫째마당 ‘환영’은 문무백관의 조복(朝服)을 형상화한 황색과 남색의 화려한 의상으로 장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둘째마당 ‘소통’에서는 세계 각국의 북이 등장하고 ‘조각배’를 상징하는 흰색 조형물이 등장하면서 운동장을 화려한 색감으로 수놓았다. 일본의 ‘다이코(大鼓)’가 큰 역을 차지한 것은 공동주최국에 대한 배려였다. 제작단은 당초 IMT-2000을 이용해 한국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한껏 자랑하겠다는 포부를 가졌지만 기술적 어려움 때문인지 결국 식전행사의 간략한 ‘맛보기’에 그쳤다.

셋째마당 ‘어울림’은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관중석에서 흰 천이 쏟아지듯 그라운드로 흘러내리면서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을 형상화한 ‘평화의 종’이 눈깜짝할 사이에 솟아오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어린이를 포함한 관객들은 ‘그라운드를 뚫고 나왔나’며 어리둥절한 표정. 평화의 종 표면 일부가 백남준씨의 비디오아트 화면으로 삽시간에 바뀌면서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세계 각국인의 ‘눈동자’와 범종의 장엄한 소리로 세계 문화의 만남을 표현하는 가운데 ‘아리랑’을 모티브로 작곡한 ‘상암아리랑’이 어린이들의 합창으로 수놓이면서 행사는 한국 일본 가수들의 공연무대로 이어졌다.

시연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장엄한 가운데 문무(文武) 문화가 조화된 절제의 미학을 느꼈다”며 찬사를 보냈지만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전문가는 “에밀레종이 등장하는 장면은 놀라웠지만 외국인들이 한국 범종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한 시민은 “국가 연주 때 기립하라는 안내가 없고 연주가 끝나서야 비로소 착석 안내가 나오는 등 진행상 껄끄러운 부분도 느껴졌다”며 보완할 점을 지적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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