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승리' 박찬호 경기 중계권]

박찬호 경기 독점 중계권을 따내려는 MBC의 욕심이 결국 막대한 외화 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MBC와 MLBI는 계약관행을 들어 정확한 계약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략 2천400만달러(한화 약270억원)선에서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7년 KBS가 박찬호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연간 30만달러를 지불했고 이듬해 iTV가 중계에 나서면서 100만달러(98년), 150만달러(99년), 300만달러(2000년)를 지불한 점을 감안하면 불과 5년새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셈.

이에 대해 MBC는 “4년짜리 다년계약과 지상파·케이블·위성을 포괄하는 ‘All Right’ 계약에 따라 종전에 비해 큰 폭으로 인상, 제시된 MLB측의 요구금액을 30% 이상 삭감해 최종 계약했다”고 말하고 있다.

MBC 해명에도 불구하고 방송가 안팎에서는 MBC가 지나치게 높은 액수에 계약해 결과적으로 막대한 외화의 손실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BS 관계자는 “시드니 올림픽의 방송3사 합동 중계권료가 1천375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찬호 경기 중계권료는 너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공영방송인 MBC 위상을 감안할 때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 가며 굳이 독점적 중계권을 확보해야 했는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MBC의 독점 중계권 확보가 방송3사간에 체결된 협약을 무시한 처사라는 점에서도 타 방송사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방송3사는 방송사간 중계권 확보 과열경쟁에 따른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 98년부터 협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경기 등을 합동중계 대상경기로 지정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MBC가 이를 무시하고 단독 협상에 나섰던 것.

KBS 관계자는 “국익 차원에서 방송사간 맺은 협약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MBC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며 “MBC의 합동방송 참여를 제한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