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이승엽 좀 놔주자

  • 입력 1999년 8월 17일 19시 19분


지난 일요일 대구구장. 경기 전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삼성 서정환감독은 자꾸만 1루 더그아웃 쪽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이승엽이 취재진의 인터뷰 공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거 뭐하노. 선수를 10분이 넘게 붙들고 있으면 어떻게 해. 이제 좀 그만하라고 해.”

서감독이 짜증난 표정으로 구단직원에게 쏘아붙였다.

필자가 보기에 이승엽은 요즘 상대 투수와의 싸움 못지 않게 매스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슈퍼스타가 되려면 취재진의 공세도 극복해야 하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아직 취재문화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당사자는 물론 구단에서도 난감해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반면 해외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은 사정이 다르다. LA다저스의 박찬호는 경기 전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히 꺼린다. 그래서 현지 한국특파원들은 경기 전 그를 보아도 못 본 척해준다.

주니치 삼총사의 경우는 구단이 아예 공식 인터뷰 외엔 일절 못하게 한다. 최근 7경기째 홈런을 치지 못한 이승엽은 상대 투수들의 집중견제, 스스로의 조급함, 주위 기대에 대한 중압감 등으로 페이스가 떨어진 것 같다. 그가 평상심을 되찾도록 주위에서 배려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홈런이 나와야 화제도 이어지는 것이지 화제를 만들기 위해 홈런 레이스가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 안타와 범타는 0.035초 사이에 가름날 정도로 타격은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주위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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