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戰 패인분석]『한국의 작전은 정상이었나』

  • 입력 1998년 6월 14일 18시 42분


골키퍼 김병지
골키퍼 김병지
왜 최용수를 끝내 내보내지 않았을까.

14일 벌어진 98프랑스월드컵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한국이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자 모든 이들은 이를 의문점으로 지적했다.

“왜 잘하는 최용수를 기용하지 않았습니까.” “선수 기용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 후 본사에 빗발친 수백통의 전화는 대부분 차범근 감독의 선수기용 실패를 패배의 첫번째 이유로 꼽는 내용이었다.

팬의 눈은 정확했다. 대부분의 축구전문가들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7골을 넣은 부동의 골잡이 최용수가 컨디션이 다소 나쁘다는 것 외에 별이상이 없는데 출전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입을 모았기 때문.

이들은 “차범근 감독은 하석주의 퇴장과 황선홍의 부상으로 인한 결장을 주된 패인으로 꼽았지만 이보다는 최용수를 축으로 측면을 돌파하는 한국축구 특유의 공격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게 더 큰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반 완강한 수비와 프리킥에 의한 득점으로 앞서가던 한국은 후반 들어서는 날카로운 역습으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려는 노력보다는 수비 위주의 소극적인 전술로 대량 실점을 자초했다.

이는 최전방을 맡았던 김도훈이 급격한 체력 저하로 다리에 쥐가 나는 등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 차감독이 김도훈을 최용수 대신 기용한 것은 그가 헤딩과 몸싸움에 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멕시코 선수들은 몸싸움에 약하고 키가 작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도훈의 이날 활약은 기대이하. 그런데도 프랑스로 떠나기 전 가진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동점골을 넣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용수를 끝내 벤치에 앉혀둔 것은 선수기용의 실패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

최종예선에서 큰 활약을 한 이기형 고정운을 최종엔트리에서 제외한 것도 의문스럽다. 멕시코전에서 베스트 11로 나선 노정윤 고종수 등은 최종예선에선 단 한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며 교체멤버로 들어간 장형석도 후보로만 간간이 나섰을 뿐이다.

반면 멕시코의 선수 기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푸엔테감독은 확실한 득점원인 에르난데스와 블랑코를 풀가동함으로써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 결국 에르난데스는 결승골을 포함해 2골을 넣어 기대에 부응했다.

전문가들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전에서 선전하려면 우리가 가진 힘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선수 기용과 작전 수립이 필요하다”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남은 경기에 대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옹〓이재권기자·권순일기자〉kwon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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