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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9일 2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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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라톤의 간판스타 김이용(25·코오롱)은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봉수감독의 사인을 확인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지막 스퍼트를 시작했다. 초반부터 끈질기게 따라붙던 백승도(30·한국전력)는 이번에는 힘이 부치는지 차츰 뒤로 물러섰다.
남은 8㎞는 김이용의 외로운 레이스. 그러나 그는 조금도 페이스를 늦추지 않았다. 길가에 늘어선 경주시민들의 함성과 박수가 그의 다리에 힘을 올렸다.
제69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열린 29일 천년고도 경주의 낮 12시 기온은 초여름을 연상케하는 섭씨 22.7도. 습도도 21%로 건조한데다 황사마저 일어 최악의 상황. 새 한국기록 수립의 꿈이 깨진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김이용이 첫 우승의 소중한 경험을 쌓은데다 백승도 장기식(28·상무)이 재기에 성공하고 풀코스에 첫 출전한 김병렬(27·창원시청)이 4위에 입상하는 소득을 거둬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 마라톤의 앞날을 밝게 했다.
▼ 출발∼15㎞ ▼
20여명이 뭉쳐 달리던 예년과는 달리 선두그룹이 10㎞지점에서 이미 6명으로 압축됐다. 건국대 사단의 민여경(21·3년) 이성운(20·2년)이 함께 달려 눈길.
이들은 황규훈감독의 지시에 따라 다른 선수의 기록단축을 위해 페이스메이커로 투입된 선수들. 풀코스에 첫 출전하는 이들은 20㎞ 지점까지 선두그룹을 이끄는 임무를 맡았다.
▼ 15∼25㎞ ▼
먼저 이성운이 12.5㎞지점에서 뒤처졌으나 민여경은 17㎞까지 충실히 임무를 완수했다. 이제 남은 선수는 4 명. 23㎞ 지점을 지나면서 우열이 드러났다. 김병렬이 차츰 뒤로 물러나는가 했더니 장기식도 이내 선두를 물려주고 말았다.
▼ 25∼35㎞ ▼
무더운 날씨 때문일까.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않던 김이용이 25㎞지점을 지나면서 처음으로 스퍼트했다. 그러나 백승도도 뒤처질듯 하면서 10m여의 차이를 두고 김이용의 뒤를 계속 쫓으며 압박을 가했다. 이러기를 수차례. 결국 김이용은 30㎞지점 조양교 오르막길을 지난 뒤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신택지앞 마을에서 백승도를 완전히 따돌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 35㎞∼골인지점 ▼
이제부터는 김이용의 독무대. 뒤를 쳐다보며 선두를 확인한 김이용은 더욱 스피드를 내기 시작, 첫 5㎞ 때의 랩타임보다 30여초가 빠른 속도로 결승점을 향했다.
〈경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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