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을 아십니까.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의 「땅콩가드」. 2m안팎의 장대들이 즐비한 농구판에서 다른 선수들의 어깨에도 못미치는 작은 키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는 기대주다.
그의 키는 1m74. 한국농구연맹(KBL)에 등록된 프로선수중 최단신으로 웬만한 여자실업선수보다도 작다.
그의 플레이는 미국프로농구(NBA) 현역 최단신 타이론 보그스(1m60·샬럿 호니츠)를 연상시킨다.
코트 전체를 꿰뚫어보는 눈과 빠른 몸놀림, 상대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패스 등이 공통점.
시즌초반 LG돌풍의 한가운데에는 그가 있었다.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모인 신생팀에서 김태진은 야전사령관으로 실전경험이 부족한 동료들을 추슬렀다.
1라운드 9경기에 모두 출전한 그는 경기당 평균 27.7분을 뛰었다. 매경기 평균 6.7득점에 어시스트 2개를 기록했으며 가로채기도 2개.
수치상으로는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공헌도는 기대이상. 팀플레이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대가 미처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번개같은 속공을 연결시키는 능력이 일품이다.
뚜렷한 스타없이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LG의 팀컬러상 김태진은 필수적인 존재. 코트를 휘저으며 적재적소에 패스를 찔러주는 능력 하나만으로도 팀에 없어서는 안될 보배다.
SBS에서 이적한 선배 오성식을 제치고 주전 포인트가드를 꿰찰 정도로 코칭스태프의 신임이 두텁다. 김태진이 자리를 잡으면서 용병 버나드 블런트는 슈팅가드로 전향, 역할분담도 분명해졌다.
단점이라면 게임리드에 비해 다소 처지는 공격력. 결정적인 순간 한방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보완한다면 일급가드로 손색이 없다는 지적이다.
LG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방열교수(경원대)는 『김태진은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 포인트가드로 제격』이라며 『특히 패스와 속공연결 능력은 국내 최상급』이라고 평가했다.
〈이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