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 서울에서 벌어질 월드컵축구 한일 2차전을 앞두고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숙명의 대결」뒤에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대비키 위한 것.
한국은 이미 본선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이와 관계없이 일본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국민감정때문에 열광적인 응원이 예상된다.
일본 역시 한가닥 남은 본선진출의 희망을 살려내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입장. 1만여명의 원정응원단이 한국측의 기세에 지지 않고 목청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국 응원단이 경기 도중 또는 경기가 끝난 뒤 감정이 악화돼 충돌할지 모른다는 점. 혹시 인명피해라도 나면 외교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47개중대 6천여명을 배치, 경기장을 물샐틈없이 지키고 일본 선수단의 신변보호를 위해 경찰청 특수기동대 2개 중대를 별도로 투입할 예정. 지난달 6일과 12일 카자흐 우즈베크와의 경기 때 5개 중대 6백여명을 배치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의 경비계획이다.
특히 경찰은 도쿄에서의 한일전 당시 5천여명을 경기장에 투입한 일본경찰이 이중 1천5백여명을 한국응원단의 좌우에 집중배치, 일본관중과 완전히 분리한 점을 참고하기로 했다.
내무 외무 국방부와 안기부 기무사 등 15개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대(對)테러 실무위원회」는 이례적으로 28일 오전 실국장 회의를 갖고 한일전을 관전할 요인에 대한 경호와 경기장 안전대책도 논의했다.
한편 한일 2차전을 앞두고 한국에서 일고 있는 「동반진출」논쟁(본보 28일자 47면 보도)이 일본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을 비롯해 마이니치신문 주니치스포츠 등은 28일자 스포츠면과 사회면에 본보 기사를 거의 전문으로 소개했으며 민간TV방송인 TBS는 본보 기사를 영상으로 인용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아사히신문은 기사 제목에서 「일본전은 양보하자」「절대 안된다」는 논쟁이 한국에서 불붙었다고 전하고 차범근감독이 「승패를 조작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발언한 내용을 소개했다.
한 일본 축구팬은 『한국이 대승적인 입장을 지켜 일본인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에 대해 아직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일본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동경〓윤상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