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8% “동물은 물건 아냐”… 정부, 민법 개정 다시 착수

  • 동아일보

“물건으로 규정된 줄 몰랐다” 51%
개정땐 상해 등 경우 사람 책임 커져
법무부, 16일 검찰청서 쟁점 토론회

한 시민이 반려견 4마리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 2025.12.11/뉴스1
한 시민이 반려견 4마리와 함께 산책하고 있다. 2025.12.11/뉴스1
동물은 물건일까 아닐까.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1991년엔 동물보호법까지 제정됐지만 여전히 민법이나 형법 등 주요 법률상 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된다. 법무부가 최근 의뢰한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9명은 민법상 동물을 물건과 구분해 정의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동물의 비물건화’를 위한 민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7일 법무부가 민법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차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2∼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법상 동물을 물건과 구분해서 정의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87.8%가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2%는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민법은 법 적용 대상을 크게 사람과 물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동물은 이 중에서 물건인 ‘유체물’(공간의 일부를 차지하는 물건)로 분류된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람이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이기에 사람 외 다른 것을 물건으로 분류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르는 시대에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현행 민법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가령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쳐도 원칙적으로는 재산상 손해만 인정되고, 정신적 고통은 폭넓게 인정받기 어려웠다. 누군가 반려동물을 다치게 했더라도 스마트폰이 파손된 것과 마찬가지로 법률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 또 빚을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물건으로 분류된 반려동물을 압류할 수 있었다.

법무부는 사람과 물건으로 나눈 범주는 유지하되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조항을 민법 개정안에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2021년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동물의 비물건화’가 법률에 규정되면 반려동물을 죽거나 다치게 한 사람이 지게 되는 법적 책임이 커질 수 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서국화 변호사는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동물을 다루게 되면 손해배상의 액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를 열고, 민법 개정 필요성과 압류 과정에서의 반려동물 취급 등을 주제로 토론할 예정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적 합의를 통한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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