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비상계엄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불법 구금돼 재산 헌납과 국회의원직 사퇴를 강요당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장녀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정하정)는 10일 김 전 총리의 장녀 김예리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5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4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 전 총리는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1980년 5월 17일 ‘권력형 부정축재 혐의자’로 지목돼 구속영장 없이 강제 연행됐고, 7월 2일까지 47일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국회의원직 사퇴와 재산 헌납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당시 계엄사령부는 김 전 총리의 부정 축재 규모를 약 216억5000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김 전 총리 별세 후인 2022년 장녀 김 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진화위는 2024년 10월 신군부의 강압에 의한 재산 강탈과 의원직 사퇴 강요가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국가 측(법무부)은 재판에서 “진실 규명 결정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법적 효력이 없고, 김 전 총리는 자발적으로 재산을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이 강압적인 방법을 통해 김 전 총리에게 재산 헌납 기부서 및 국회의원직 사퇴서 등을 작성·제출토록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고, 국가 측은 항소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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