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지원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인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설명했으나, 피해자 측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삿포로를 여행하던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으나, 재외국민 보호를 담당하는 외교부와 영사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일 발생했다. 일본 여행 중이던 A씨는 동행한 친구가 호텔에서 휴식하는 사이 홀로 산책에 나섰다가 호스이 스스키노역 인근에서 가해자 5명으로부터 금품을 요구받았다. 이를 거절하자 폭행을 당했고, 인근 음식점으로 대피해 현지인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안면부를 집중적으로 맞은 A씨는 하악 앞니 3개가 부러지는 치관 파절(치아 머리 부분 파손)과 신경 손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 과정에서 주삿포로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사건 개입 불가”라며 영사 콜센터 안내로 대응을 대신하는 등 적극적인 조력에 나서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독자 제공 A씨는 파손된 휴대전화와 부족한 경비 탓에 귀국했다가, 조사를 위해 다시 일본을 방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일본어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알리며 재조사 시 통역 지원을 요청했으나, 영사관 측이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영사관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한 현지 대학교 교수가 자발적으로 통역과 동행을 맡았다.
사진=독자제공 이에 대해 외교부는 서면 답변에서 “동행한 지인을 통해 경찰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주재국 경찰에 통역 제공을 강하게 요청하기는 어렵다고 봤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취재 결과 해당 지인은 일본어 소통이 서툴렀을 뿐만 아니라 이미 사건 초기인 12월 4일 귀국한 상태였다.
일본 경찰의 수사도 문제였다. 현지 경찰은 사건 발생 15일이 지난 뒤에야 CCTV 확인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통상 1~2주로 알려진 저장 기간을 고려할 때, 핵심 증거가 삭제될 가능성을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사관과 연락이 닿은 이후 현지 형사는 오히려 고압적인 태도로 변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형사는 “사건번호 이외의 어떠한 서류도 줄 수 없으니 귀국하라”고 말했다.
사진=독자 제공 외교부의 사후 행정도 피해자에게 상처를 남겼다. 사건 직후 외교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스스키노 지역 유흥가 범죄 피해’ 공지를 올리며, 불건전 유흥업소 방문 사례와 A씨의 사건을 나란히 배치했다.
A씨는 “일반적인 산책 중 폭행당한 피해자에게 마치 과실이 있는 듯한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로 보여질 수 있어, 공공기관에 의한 ‘2차 가해’”라고 비판을 제기했다. 치과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A씨는 “직접 통역을 구하라며 방치하는 국가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느냐”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A씨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주삿포로총영사관은 사건 직후부터 A씨와 2차례 면담하고 수시로 소통하면서 현지 병원 정보, 상해진단서 발급 절차, 현지 피해 신고 방법, 영사콜센터 무료 통역 서비스, 일본 내 한국어 가능 변호사 무료 상담, 형사사법 절차 등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당국에 2025년 12월 5일과 8일, 18일, 2026년 1월 6일과 8일, 2월 2일 등 총 6차례에 걸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 진행과 범인 검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역 지원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외교부는 “12월 3일 첫 영사 면담 당시 영사조력법상 직접 통역 지원은 불가하다고 안내하면서 영사콜센터 무료 통역 서비스와 한국어 가능 변호사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설명했고, 경찰 측에서도 필요 시 통역을 제공하니 신속히 진단서를 발급받아 정식으로 피해 신고를 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A씨가 12월 16일 두 번째 면담 당시에는 이미 현지 대학교 교수의 통역 지원을 확보했다고 말했으며, 12월 6일과 21일 인터넷에 게시한 글에서도 통역 지원과 관련한 불만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15일이 지나서야 CCTV 확인이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총영사관이 조속한 신고를 권고했음에도 A씨가 12월 17일에야 정식으로 피해 신고를 접수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안전공지가 ‘2차 가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해당 사건이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일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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