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메릴랜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의 배후에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41)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같은 강경한 이민정책을 원치 않았지만 밀러 부비서실장의 주도하에 연이은 민간인 사망을 낳은 과도한 불법 이민자 단속, 베네수엘라 마약선 격침 등의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체포 및 구금 때도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당시 집권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노동자의 석방을 요청했을 때 대통령이 “나는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 “트럼프, 조지아 구금 사태 몰랐다”
이날 WSJ는 ‘스티븐 밀러는 어떻게 트럼프의 한계를 넘어서는 충동을 부추기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밀러 부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반이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조지아주 사태를 거론했다.
WSJ는 “대통령이 공장이나 농장에 대한 단속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참모들에게 거듭 강조했음에도 밀러 부비서실장은 대규모 단속을 계속 주장했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이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세운 연 40만 건의 강제 추방 건수를 넘기길 원했다는 것이다.
WSJ는 “밀러 부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모든 행정명령을 직접 작성하거나 수정한다”며 “마약선 격침,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 수용소로 추방하는 아이디어에도 그가 일조했다”고 전했다. 그가 백악관 회의에서 저조한 불법 이민자 단속 실적에 실망하며 “명단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나가서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달 7일과 24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강경한 이민 단속에 항의하던 시민권자가 연방요원에게 사살되자 공화당과 백악관에서도 밀러 부비서실장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WSJ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밀러 부비서실장의 정책 폭주와 돌출 발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국토안보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밀러 부비서실장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은 연방 면책 특권을 갖고 있다.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최근 ICE 요원의 민간인 사살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1985년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부터 강한 보수 색채를 드러낸 토론, 기고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통령 선임 정책 고문 및 연설문 작성 책임자를 맡으며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당시 예멘 시리아 등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정책 관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반이민 정책, 언론 대응 등을 모두 관장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런 그를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로 표현했다. 칼, 송곳, 십자드라이버, 오프너, 가위 등 여러 공구가 함께 있는 스위스 군용 칼처럼 쓰임새가 많다는 뜻이다. ● 부인 케이티도 극우 논객
밀러 부비서실장의 아내이며 극우 논객인 케이티(35) 또한 남편 못지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3일 ‘X’에 덴마크령 그린란드 지도에 미국 성조기를 합성한 사진을 올린 후 ‘곧(soon)’이란 문구를 썼다.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역시 유대계인 케이티는 1991년 플로리다주에서 태어났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공화당 언론 보좌관, 국토안보부 부(副)언론비서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공보실장 등을 지냈다. 2020년 2월 밀러 부비서실장과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케이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정부효율부(DOGE) 대변인, 대통령 정보자문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8월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팟캐스트를 론칭하고 “보수 여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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