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창구 단일화’ 유지했지만
노조 이해관계 다를땐 따로 교섭
금속노조 “원청에 교섭 요구” 지침
고용노동부가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서 하청 노동조합들이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 때 원청 사업주에게 따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경영계가 ‘하청업체 노조 수백 곳과 직접 교섭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하청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최근 산하 하청 노조에 원청 기업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라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벌써부터 산업 현장에서 노조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
노동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으로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 다시 입법예고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1차로 시행령을 입법예고했지만 노사 양측이 반발해 문구를 수정해왔다.
재입법예고안에 따르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원칙적으로 유지된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하나의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있을 때 대표 노조가 사용자와 교섭하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창구 단일화가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전면 폐지를 주장해왔다.
수정된 시행령은 하청 노조가 원청 노조나 다른 하청 노조와 함께 교섭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원청 기업과 따로 교섭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 간 이해관계의 공통 또는 유사성’에 따라 교섭 단위를 분리할 수 있었던 기존 조항이 ‘노동조합 간’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같은 업무를 하거나 근로 조건이 유사해도 하청 노조들이 각각 개별 교섭을 할 수 있게 됐다. 민노총, 한국노총 등 노조 상급단체가 다른 경우에도 개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개정안에는 경영계가 우려했던 사항도 일부 반영돼 수정됐다. 원청 노조가 여러 개인 경우 원청 기업은 복수 노조와 각각 교섭하는 게 아니라 대표 노조와 창구를 단일화해 교섭하도록 했다.
하지만 하청 노조가 개별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하청 노조 수백 곳과 협상할 수 있다는 경영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대표 교섭단체를 정한다는 건 노조 간의 이견이나 갈등을 먼저 조율해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뜻인데, 이해관계가 다른 하청업체에 개별 협상 권한을 주면 어느 하청업체가 대표 교섭단체를 꾸리겠냐”고 했다.
하청 노조의 ‘쪼개기 교섭’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수많은 하청 노조가 동시다발로 원청에 다른 근로조건을 요구하면 기업 경영이 마비될 수 있다”며 “‘노노 갈등’과 ‘원·하청 분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금속노조는 최근 산하 지부에 ‘원청 교섭 투쟁’ 행동 지침을 전달하고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직접 교섭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공장에 부품을 운송하는 모듈 전문 기업인 모트라스 노조는 최근 운송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선언하고 원청 기업 등이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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