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한봉지 결제 빠뜨린 재수생에 檢 “절도죄”…헌재는 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6일 07시 50분


무인매장서 아이스크림 4개 결제하면서
1500원짜리 과자는 그냥 가지고 가
이후 10만원 합의금…檢 기소유예 처분
헌재 “고의성 없었다” 처분 취소 결정

헌법재판소. 뉴스1
헌법재판소. 뉴스1
무인매장에서 1500원짜리 과자 1봉지를 결제하지 않은 재수생에 대해 검찰이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며 취소 결정을 내렸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헌재는 김모 씨가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내려진 자신의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검사)은 청구인(김 씨)에게 절도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2024년 7월 24일 오후 10시32분경 한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에서 발생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입 재수학원을 다니던 김 씨는 점포에서 1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갔다(절도)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당시 김 씨는 점포에서 아이스크림 4개와 해당 과자를 골라 무인 계산대에 올린 뒤 과자는 빼놓은 채 아이스크림 4개와 비닐봉지값을 합친 3050원만 결제했다.

또 냉동고 위에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한 개를 올려둔 채 가게를 떠났다.

이에 점포 주인은 김 씨가 과자를 훔치고, 냉동고 위에 올려둔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해를 봤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는 점포 주인에게 합의금으로 10만원을 건넸고, 점포 주인은 김 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씨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느라 부주의해 과자를 깜박 잊고 결제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도 전과나 형사처벌 전력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24년 9월 13일 김 씨를 타인의 재물을 절취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씨가 합계 2300원의 물건값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는 취지다.

기소유예란 검사가 피의자의 범죄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하지만 환경이나 범죄의 무게, 정황 등의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을 뜻한다. 전과 기록은 남지 않지만 수사 경력 자료에는 일정 기간 남게 되고, 그 자체로 공무원 징계나 회사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헌재는 김 씨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골랐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과자만을 계산하지 않고 따로 절취하고자 했을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사 측은 ‘김 씨가 수시로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 결제 내역 문자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과자를 따로 결제하지 않았으니 절도죄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합당한 처분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단순히 재생되는 음악을 바꾸는 등 다른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봤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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