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오전 7시 30분경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해동용궁사. 운동복 차림의 30여 명 청년들이 기암괴석 위에 세워진 사찰 앞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남색이던 하늘은 붉은 주황빛으로 물들었고, 해가 떠오르자 이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약 30분 전 동암마을에서 달리기를 시작해 오랑대 인근 산책로를 거쳐 이곳에 도착했다. 부산에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과 관광객, 부산 시민이 함께 아웃도어 활동을 하며 교류하는 플랫폼 ‘HiBA(Hidden Busan Adventures for Foreigners)’의 선라이즈런(Sunrise Run)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다. HIBA는 박철호 한국관광공사 부산울산경남지사 선임차장이 지난해 4월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28일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앞 해안가에서 HIBA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철호 한국관광공사 선임차장 제공
이날 선라이즈런에는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2명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러닝크루원들이 함께했다. 러시아 출신으로 무역 관련 업무를 하며 10년 전부터 국내에 거주 중인 타티아나(37) 씨는 경주 불국사 탐방 등에 이어 이날 세 번째로 HIBA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는 “해 뜨는 부산 해안의 풍광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미처 몰랐다”며 “HIBA를 통해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 또래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러닝크루를 이끄는 정현호 씨(32)는 “외국인과 소통하며 함께 달리는 경험을 팀원들이 이색적으로 느꼈다”며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부산 기장군 오랑대 인근 산책로에서 HIBA 참가자들이 달리고 있다. 박철호 한국관광공사 선임차장 제공약 6㎞ 달리기를 마친 이들은 인근의 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경북 경주를 찾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이 깊고 부드럽다”고 극찬했던 ‘오감차’를 함께 마셨다. 박 차장은 “대통령과 같은 티테이블을 직접 경험하며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HIBA는 지난해 4월 부산 남구 오륙도 스카이워크와 이기대 일원을 걷는 트레킹 활동을 시작으로 태권도, K팝 댄스, 등산, 서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회당 평균 참가자는 15명 안팎이다. 참가자는 글로벌 아웃도어 플랫폼 ‘밋업(Meet Up)’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모집하며, 현재 오픈채팅방에는 4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참가비는 입장료와 체험비 등 당일 소요되는 전체 비용을 ‘n분의 1’로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다.
박 차장은 “관광을 위해 부산을 단기간 찾는 외국인을 지원하는 정책은 있지만,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을 위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은 부족하다고 느껴 개인적으로 HIBA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HIBA 활동은 올해 더 확대될 예정이다. 박 차장은 “울산 울주군 간월재를 등산한 뒤 패러글라이딩으로 하산하는 체험과 선상 낚시 프로그램 등을 구상하고 있다”며 “일부 프로그램은 향후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부산 기장군 동암마을 앞에서 HIBA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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