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의 ‘예산군 안심서비스’ 앱 소개 화면. 연간 앱 다운로드가 2건에 불과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앱 폐기 권고를 받았다.예산군 안심서비스 앱 화면 캡처
#1. 충남 예산군의 ‘예산군 안심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의 올해 다운로드 횟수는 단 2건. 최근 3년간 다운로드 횟수를 합쳐도 4건에 불과하다. 노인이 일정시간 휴대전화를 이용하지 않으면 지정된 구호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고독사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예산군이 만든 앱이지만 호응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앱 폐기 권고를 받은 ‘울산버스정보’의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화면. 앱 평가가 2.8점으로 낮다.울산버스정보 앱 화면 캡처#2. 올해 11만 명이 내려받은 ‘울산버스정보’ 앱의 평점은 5점 만점에 2.8점. 앱을 내려받은 사용자들의 후기는 “앱을 만들 거면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버스종점시간표 보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울산광역시는 내 세금 사용 출처를 명확히 밝혀라. 종점에서 출발도 안 한 버스를 8분 뒤 도착한다고 해서 15분 기다렸다” 등의 원성이 대다수다.
31일 행정안전부는 607개의 공공 앱을 대상으로 운영 성과평가를 한 결과 57개의 앱 운영 기관에 폐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체 공공앱의 9.4%는 관리가 부실하고, 이용자 수가 적어 차라리 없애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57개 앱을 폐기하면 이에 대한 관리 비용으로 들어가는 연간 7억 원이 절약될 것이라고 봤다. 앱 하나당 수백에서 수천 만 원까지 소요되는 개발 비용은 제외한 순수 관리 비용만 추산한 것이다.
행안부는 공공기관이 운영 중인 앱의 연간 다운로드 횟수, 업데이트 빈도, 사용자 평가 등을 종합 고려해 이번 성과 평가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예산군 안심 서비스를 비롯해 경북 고령군의 ‘고령 안심서비스’, 광주 남구의 ‘으뜸효남구 안심동행’ 등 6개 앱은 올해 연간 다운로드 횟수가 채 10회가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고령 안심서비스와 으뜸 효남구 안심동행은 가장 최근 업데이트가 2021년이었다.
낙제점을 받은 공공앱이 많은 이유로는 지자체별 치적 쌓기 경쟁이 꼽힌다. 지자체장들이 임기 동안 보여주기식으로 신규 앱을 내놓았지만 후속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앱 개발 당시의 지자체장 임기가 끝나면 후임 지자체장이 굳이 전임자의 치적을 이어받아 관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기관의 앱 담당자도 인사철마다 바뀌면서 연속성 있는 운용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예산군의 한 군의원도 “(군에서 내놓은) 앱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작은 규모의 지자체의 경우 앱을 제작·운영할 전문성이 부족하다 지적도 있다. 지역 맞춤 서비스가 필요 없는 범용 앱이라면 차라리 중앙정부에서 완성도 있게 만들어 널리 보급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문인력이 없이 공공앱을 만드니 민간 앱 눈높이에 맞춰진 시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라며 “유령 앱이 계속 방치되면 국가 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