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주거·교육·범죄·고령화 등 한국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디지털 전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부담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국가데이터처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종합사회보고서 ‘한국의 사회동향 2025’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인구, 노동, 주거, 건강, 범죄·안전, 교육 등 12개 영역의 장기 변화를 분석했다. ◆사이버 침해범죄 10년 새 2배…검거율은 21.8%
지난해 사이버 침해범죄 발생 건수가 10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검거율은 20% 초반에 머물며 범죄 억제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 가속과 함께 사이버 범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수사·대응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침해범죄(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발생 건수는 4526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4년 2291건 대비 약 2배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도 1887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사이버 공격의 시도와 실제 범죄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검거 성과다. 사이버 침해범죄 검거율은 21.8%에 그쳤다. 이는 불법콘텐츠 범죄(80.9%)나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52.1%)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범죄가 발생해도 실제 검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5건 중 1건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사이버 침해 범죄의 검거율은 21.8%로 불법콘텐츠 범죄나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아 범죄 범인 검거가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초단시간근로 10년 새 3배…청년·고령층에 집중
노동시장에서는 초단시간근로자 급증이 두드러졌다. 조사 직전 주 주업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근로자는 2015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25년 106만1000명(추정치)에 달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 중 비중도 1.5%에서 4.8%로 확대됐다.
특히 고령자·청년·여성 등 취업취약계층에서 증가세가 뚜렷했다. 청년 초단시간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19.0%로, 전체 평균(8.6%)의 두 배를 넘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69%로 가장 크고, 증가세도 빠르며 성별로는 여성의 비중이 72%이고 남성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고령자와 여성은 공공·보건복지 분야에, 청년은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 불안정 일자리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청년 무주택 73.2%…월세화·주거 취약성 확대
주거 부문에서도 세대 간 격차가 뚜렷했다.
39세 이하 청년층의 무주택가구 비율은 2023년 73.2%로, 2015년(65.9%)보다 크게 상승했다. 주택가격 상승과 소득 정체, 1인 가구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임차가구의 월세 비중은 2020년 60.1%까지 높아지며 전세를 앞질렀다. 보증금 없는 월세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25.2㎡로, 자가 가구(81.3㎡)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주거환경·주택 만족도 역시 자가 가구보다 낮았다.
◆사교육비 29.2조원…소득 격차 교육 격차로
교육 분야에서는 사교육비 부담 확대가 확인됐다. 사교육비 총액은 2015년 17조8000억원에서 2024년 29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초등학교 시기의 사교육비 총액은 13조2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초등학교 시기 사교육 참여율은 2007년 88.8%부터 2016년 80.0%까지 감소한 뒤 그 이후 상승추세를 보여 지난해 87.7% 수준을 기록했다.
중학생 사교육비는 7조8000억원, 고등학생은 8조1000억원에 달했다. 중·고등학교 시기에는 예체능·취미·교양 과목보다는 일반교과 사교육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체 사교육비 총액 추이와 일반교과 사교육비 총액 추이가 유사했다.
중학교 시기 사교육 참여율은 2007년(74.6%)부터 2016년(63.8%)까지 감소한 뒤, 그 이후 상승해 지난해 78.0% 수준을 나타냈다. 고등학교 시기는 2007년(55.0%)부터 2013년(49.2%)까지 감소한 뒤, 그 이후 상승해 지난해 67.3% 수준이었다.
모든 학교급에서 가구소득이 높고 대도시일수록 사교육 참여율과 지출 규모가 컸다.
◆노인 소득 빈곤 OECD 최고…후기 노인 돌봄 부담 가중
고령층의 경제·건강 문제도 심각했다.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 소득 빈곤율은 39.7%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자산 빈곤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소득과 자산 간 괴리가 큰 구조가 확인됐다.
75세 이상 후기 노인의 46.2%는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고, 54.1%가 돌봄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이용 일수와 진료비 역시 전기 노인보다 1.2~1.4배 많았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비교적 높고 노인의 자산 빈곤율은 낮다”며 “노인 경제력의 입체적인 파악을 위해 소득 빈곤과 자산 빈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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