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부산의 한 갤러리에 전시됐던 ‘장미 꽃꽃이 전 휴식’ 작품과 한국현대미술전집에 실려있는 ‘정원의 여인’ 모습.
부산시에서 진행 중인 한 전시회의 그림이 위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지역 미술가에 따르면 부산의 A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근현대 특별전에 전시된 일부 작품들이 위작 의혹을 받고 있다.
작년 1월 개관한 이 갤러리는 같은 해 3월부터 ‘근현대 특별전 & 고미술 컬렉션전’을 진행 중이다. 해당 전시는 B 미술 전시업체 회장이 소유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소장전’이다.
B 업체에서는 이 전시회에서 ‘근·현대미술 작가 김환기·김창열·박수근·장욱진·천경자의 작품을 비롯해 조선시대 고미술품 등 국보급 원화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전시회에 전시된 김환기·박영선·변시지·김인승·전혁림 등의 작품들이 위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복수의 제보자들은 전시회에 나온 김인승 화가 작품의 경우 지난 1977년 한국일보사에서 출판한 ‘한국현대미술전집’에 실린 그림과 전시된 작품의 제목부터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현대미술전집에는 해당 작품이 ‘정원의 여인’이라고 게재돼 있는 반면, 이번 전시회에선 ‘장미 꽃꽂이 전 휴식’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보자는 제목뿐만 아니라 붓 터치와 화풍 역시 김인승 화가 기법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박영선 화가의 ‘독서’도 전형적 기법과 상이하고, 도록(한국현대미술전집)에 실린 그림과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화가인 김환기 화백의 ‘여인들과 항아리’외 변시지 작가의 ‘제주풍경’에 대한 위작 의혹도 제기했다.
특히 전혁림 작가 그림의 경우 작품 소개란에 전 작가를 ‘은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전혁림 미술관에 문의해 본 결과 ‘그런 제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제보자들은 “작가들의 기존 작품과 비교했을 때 화풍과 붓 터치, 질감, 형태 등이 상이한 부분이 많다”며 “모작의 경우 작가 서명은 넣지 않는데 전시된 작품들은 작가 서명도 들어가 있다. 정확한 감정을 받아봐야 하지만 위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 업체 회장은 ‘음해성 주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난 고미술협회 감사로 있었고 감정위원도 한 전문가”라며 “절대 가짜 그림을 전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70년이 넘는 일생 수집했던 미술품들을 시민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좋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라며 “우리 회사에도 감정위원과 전문가가 있어 아무 작품이나 전시해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뉴스1 취재가 진행되자 위작 의혹을 받던 그림들은 전시회에서 모습을 감춘 상태다. 이에 대해 B 업체 회장은 “전시된 작품 중 개인 소장가가 갤러리로 가져와 (전시해달라고) 요청한 작품들이 있다”며 “전시 중 작품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관계자는 “위작인지 아닌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한국화랑협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 감정을 받아봐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시스템상 소장가가 직접 감정을 의뢰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위작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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