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고 있는 80대 김모 씨는 올해 초 의료급여를 신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의료급여는 정부가 저소득층 의료비를 거의 전액 보조해 주는 제도다. 올해 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95만6805원 이하가 대상이다. 김 씨 소득은 연금 등 월 40만 원 가량에 그치지만, 연락이 끊긴 아들 소득이 의료급여 부양비로 반영돼 탈락했다. 아들도 사업에 실패해 형편이 어려워진 뒤 어떻게 사는지 소식이 닿지 않아보니, 원망스럽기보다는 안타까울 때가 많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의료급여 부양비 제도를 도입 26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최근 사회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의료급여 부양비는 자녀 등 의무 부양자 소득 일부가 수급권자에게 지원된다고 보고 소득 산정액에 반영하는 제도다. ● 의료급여 부양비 도입 26년 만에 폐지
보건복지부는 9일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 등을 담은 내년도 의료급여 제도개선 사항과 예산안 등을 보고했다.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는 그동안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들, 딸 등이 여러 이유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소득 때문에 수급 자격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부양비가 폐지되면 불합리했던 수급자격 문턱이 낮아져 비수급 빈곤층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외래진료를 지나치게 많이 이용하는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본인부담 차등제도 시행한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현재 1000~2000원 정도만 본인이 부담하면 병원에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담이 적어 불필요하게 병의원을 찾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의료급여 본인부담 차등제가 시행되면 연간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하는 외래진료에 대해서 진료비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한다. 건강보험은 지난해 7월부터 연 365회 초과 이용자에게 본인부담률 90%를 부과하고 있다. 매년 1월 1일부터 이용 일수를 산정해 365회 초과 이용 시점부터 적용한다.
다만 산정특례 등록자, 중증장애인, 아동, 임산부 등 건강 취약계층은 차등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기준 연 365회 초과 이용자는 의료급여 수급자 156만명 중 550여 명인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 의료급여 수급자 정신과 상담 지원 늘려
의료급여 수급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 상담료 지원을 늘리고 급성기 정신질환자의 초기 집중 치료를 위한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도 인상한다. 정신과 개인 상담치료 지원은 현재 주 최대 2회에서 7회로, 가족 상담치료는 주 1회에서 최대 3회로 늘린다.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 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에 집중치료실 수가를 신설해 지원하고 올해 7월 신설된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료를 병원급 기준으로 약 5.7% 인상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중 요양병원 중증 입원환자에 대한 간병비 지원을 추진한다. 또 복잡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간소화하고 소득이 많거나 재산이 많은 부양의무자에게만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한편 내년도 의료급여 예산은 약 9조8400억 원으로 올해 8조 6882억 원 대비 1조1518억 원(13.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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