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부부터 박사까지 5.5년”… 학계 “붕어빵 인재 양산” 우려

  • 동아일보

정부, AI 인재 양성 1.4조 예산 투입
“짧은 기간에 깊이있는 연구 힘들어”… 우수 학부생 400명 장학금-연구비
초중고 수업시간에 AI 과목 확대… AI 가르칠 교원 확보 방안 미흡
“과거 정책과 비슷, 급조 정책” 지적

정부가 인공지능(AI) 핵심 인재를 조기 육성할 수 있도록 학·석·박사 과정을 5년 반 만에 완료하고, 초중고교의 AI 과목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AI 인재 양성 방안을 10일 발표했다. 이번 정책에는 초중등 교육 분야 9000억 원, 고등교육 분야 5000억 원 등 1조4000억 원 정도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그러나 주요 정책이 과거 발표된 것과 유사하고 실효성도 떨어져 ‘AI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무색하게 할 만큼 급조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AI 박사’ 5년 반 만에… “경쟁력 부실 우려”

정부는 빠른 인재 육성을 위해 AI 학·석·박사 과정을 5년 반 만에 마치는 ‘패스트 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통상 박사 과정을 마치기까지 약 10년이 소요되는데 이를 대폭 단축시킨다는 계획이다. 2022년 8월 교육부가 발표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에도 포함된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법 개정 단계에서 막혀 시행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우리나라가 AI 3강 도약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데이터 확충과 함께 교육을 통한 AI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AI 분야에서 산업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인재를 짧은 시간에 대량 육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자칫 깊이 없는 ‘붕어빵 인재’만 양산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AI 분야는 수학, 통계, 공학 등 기초학문의 융합적 기반이 필요한데 대학 입학부터 박사까지 6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소양을 갖춘 깊이 있는 연구가 나오기 어렵고, 연구 성과 검증도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기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연구에 필요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AI 응용 분야가 아닌 AI 이론적 연구에 있어서는 오히려 (패스트 트랙 도입이) 창의성에 다소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초중고 AI 교육 확대… 교원 확보 방안은 ‘빈칸’

정부는 초중등 단계부터 AI 융합인재를 기른다는 목표로 초중고교 AI 수업 시간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현재 초등학교는 실과 과목 내에서, 중고교에서는 정보 과목 내에서 AI 수업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일반 학교보다 정보 과목 시간이 더 많은 AI 중점학교를 현행 730곳에서 2028년까지 200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일반 학교에서도 AI 중점학교처럼 정보 과목 시간을 늘리려면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와 교과서 개발 등을 거쳐야 한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시점은 약 4년 후인 2029년 이후로 예상된다. AI 기술 변화 속도를 고려하면 추가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를 가르칠 교원 확보도 과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보 교과를 중심으로 교원을 추가로 뽑고, 현직 교원들도 본인 교과 과목을 AI와 결합해 진행하는 방향으로 연수를 하면 보완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 교원 확보 방안은 행정안전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0일 성명을 통해 “모든 학교가 일정 수준 이상의 AI 교육 인프라와 교원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보편적인 재정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최고 수준 석학은 정년 제한 없이 연구”

정부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석학이 국내 대학에서 정년 제한 없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석좌교수제’(가칭)를 시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추가적인 우수 교원 확보와 보상에 대한 방안은 현장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연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분야 우수 학부생을 약 400명 발굴해 연 2000만 원의 장학금 및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각 대학이 양질의 AI 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교육과정에는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알고리즘의 공정성 등을 배우는 AI 윤리 과목도 포함된다. 최근 대학 중간고사에서 AI를 사용해 부정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AI 활용 윤리 교육이 중요해진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AI에 과몰입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 리터러시 교육도 지속적으로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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