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없이 시키는 것만 한다” 강령…MZ조폭, 18억 투자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9일 10시 53분


비상장 공모주 투자 유도해
127명 뜯은 일당 56명 검거

MZ조폭 야유회(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MZ조폭 야유회(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비상장 공모주에 투자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조폭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피해자 100여 명으로부터 약 18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사무실에선 “자아를 가지지 않는다”, “명령에 복종한다”, “시키는 것만 한다” 등의 행동강령이 발견됐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투자 사기 조직원 등 56명을 사기 및 범죄 단체 조직 혐의로 검거해 이달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비상장 공모주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127명으로부터 약 18억 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 사기를 위한 범죄 단체를 조직한 뒤 유사투자자문 업체를 사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과거 투자 손실을 경험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기존의 손실을 복구해 주겠다”며 접근해 비상장 공모주에 투자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도(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조직도(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조직원들은 1992년생부터 2004년생으로, 친구나 선후배 관계로 나타났다. 이른바 ‘MZ 조폭’을 표방하며 자신들만의 행동강령을 정해 2년 이상 범죄 단체를 운영했다.

이들의 행동강령은 “자아를 가지지 않는다”, “명령에 복종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시키는 것만 한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라” 등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특수부대 출신 간부급 조직원을 통해 주 1회 내부 집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치밀한 조직성을 보이기도 했다.

뉴시스
경찰은 전국에서 접수된 같은 수법의 사건을 병합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근거지를 파악했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총책 등 3명은 범죄 수익과 함께 외국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통해 총책 등을 쫓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을 신청했다. 해외 은닉 자산에 대해선 국내 최초로 인터폴 ‘은색 수배(Silver Notice)‘ 하는 등 재산 동결·환수를 위해 조치했다. 은색 수배란 인터폴에서 시범 운영 중인 신종 수배로, 각종 범죄 수익과 자산을 추적하고 환수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

경찰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손실 보전이나 고수익을 보장하는 형태의 투자 권유를 받는다면 신종 사기 수법이니 주의해야 한다”며 “국외 도피 피의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검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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