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동선마다 ‘움직이는 요새’… 땅-하늘-통신 3중 경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8일 03시 00분


[경주 APEC]
美中 정상 등 이동동선 안전 점검
경찰 순찰차 190여대 등 동원… 공항~숙소 오가는 도로 ‘완전 통제’
트럼프 행렬에 전자戰 차량 포함… 시진핑 동선엔 반중시위 대비 펜스

“APEC 하늘길 철통 수호”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나흘 앞둔 27일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아래)와 F-15K 전투기 2대로 구성된 편대가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상공에서 위협을 감시·차단하는 공중전투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APEC 하늘길 철통 수호”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나흘 앞둔 27일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아래)와 F-15K 전투기 2대로 구성된 편대가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상공에서 위협을 감시·차단하는 공중전투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나흘 앞둔 27일 경찰과 대통령경호처 등 관계기관이 행사장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상의 이동 경로 전역에 걸쳐 경호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HICO 주변은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각종 대테러 장비가 배치됐지만 공항과 숙소를 오가는 도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에 당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용할 이동 수단 자체를 ‘움직이는 요새’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 트럼프, 화생방 장비 갖춘 ‘더 비스트’ 공수

26일 오후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하늘에 대형 헬기가 굉음을 내며 등장했다. 상공을 돌던 헬기는 점차 고도를 낮춰 경주월드 인접 축구장에 착륙했다. 프로펠러 아래에는 성조기와 ‘UNITED STATES OF AMERICA(미국)’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인 ‘머린 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산 김해국제공항과 HICO는 약 91km 거리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차로 약 1시간을 달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에서 공수한 장갑 리무진 ‘더 비스트’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량 9t에 달하는 이 차는 장갑판과 방탄 창문으로 둘러싸여 총탄뿐만 아니라 폭발물 공격까지 견딜 수 있다. 화생방 테러에 대비한 독립형 산소공급장치, 대통령 혈액형과 동일한 응급 수혈팩 냉장고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번호판을 단 디코이(위장 차량)가 함께 운행해 실제 탑승 차량을 식별하기 어렵게 한다.

모터케이드(의전차량 행렬)는 약 50대 규모로 구성된다. 미 비밀경호국(USSS) 요원 60여 명이 탑승하며 대테러 대응팀(CAT), 생화학 위기 대응팀, 전자전 차량 ‘워치타워’ 등이 포함된다. 우리 경찰은 순찰차와 오토바이를 선두와 후미에 배치해 이들과 합동으로 이동한다. 경찰은 APEC 기간에 총 요원 약 600명, 순찰차 190여 대, 오토바이 160여 대를 동원해 기동·경호 훈련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묵을 것으로 예상되는 힐튼경주호텔과 HICO 간 거리는 약 250m에 불과하지만 차량 이동 시 유사한 철통 경호가 이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헬기 머린 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공중에서 우리 측 지원 헬기가 교통과 지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제한다. 통신 교란에 대비한 전파 방호 차량도 도심 주요 지점에 배치될 예정이다.

● 시진핑 동선엔 시위대 난입 방지용 펜스

시 주석 역시 김해국제공항으로 도착해 경주 불국사 근처의 코오롱호텔을 숙소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에서 HICO까지는 약 7.5km로 경찰과 경호처는 이동 구간 전체를 사실상 완전 통제 구역으로 설정했다. 정상 차량의 이동 시 주변 교통은 전면 차단되며, 차량 위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실시간 추적된다. 2005년 부산 APEC 때 차량 이동로의 맨홀 뚜껑을 모두 용접해 폭발물 테러에 대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유사한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내에는 이미 질서 유지용 펜스가 설치됐다. 특히 정상급 숙소(PRS)와 HICO 주변에는 드릴로 바닥에 고정한 금속 울타리가 등장했다. 정상급 차량이 지나는 도로와 보도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조치다. 일부 보수단체가 APEC 기간에 반중 시위를 예고한 가운데, 혹시 모를 난입에 대비한 차단선이다. 정상들이 머무는 호텔 출입구에는 3m 높이로 입구 전체를 가리는 거대한 벽이 세워졌다.

시 주석의 경호는 중앙경호국 인력이 주도한다. 중국 승용차 브랜드인 훙치가 만든 전용 리무진 ‘N701’을 동원한다. N701도 더 비스트처럼 군사급 장갑과 독립 공기 시스템, 암호화 통신 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행렬에는 폭발물 처리팀(EOD) 차량도 동행하면서 주변의 모든 전화·네트워크 신호를 차단해 원격 폭발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들의 이동 수단 자체가 하나의 요새처럼 작동하도록 지상·공중·통신의 3중 방어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PEC#HICO#도널드 트럼프#시진핑#움직이는 요새#더 비스트#N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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