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자에서 가해자 된 50대 주부…벌금 3000만 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22일 20시 28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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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50대 주부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출 사기’에 속아 범행에 가담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였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가해자가 된 셈이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재성)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주부 이모 씨(56)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30일, 자신을 대출회사 직원이라 소개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김모 씨로부터 “대출을 해 주겠다”며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 전달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속은 이 씨는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을 대신 인출해 전달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사기 피해자 오모 씨가 송금한 2000만 원과 경찰관을 사칭한 피해자 강모 씨가 보낸 2900만 원 등 총 4900만 원을 서울 시내 은행에서 수표로 바꾼 뒤, 정오께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 노상에서 김 씨에게 전달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조직의 ‘현금 인출책’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과거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해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같은 범죄에 연루된 점을 지적하며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전형적 사례”라고 질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씨가 준공직자 신분이라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 해직될 수 있어 재판부가 벌금형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보이스피싱임을 의심하면서도 범행에 가담했고, 수표 인출 과정에서도 은행 직원에게 사용처를 속였다”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판단력이 흐려졌지만 이익을 얻지 못했고, 피해자 1명과 합의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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