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까지 간부 이름 다 외워” 가혹행위 분대장 집유

  • 뉴시스(신문)

후임병, 공황장애·우울증 겪다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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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병이 간부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질책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피해 후임병은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다 결국 숨졌다.

인천지법 형사18단독(판사 윤정)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A(25)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와 함께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21일 밝혔다.

분대장이었던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하순부터 같은 해 12월 초순 사이 경남 김해시에 있는 육군 모 부대에서 분대원인 후임병사 B씨에게 직권을 남용해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생활관에서 B씨에게 “내일까지 대대 간부 이름을 전부 외워라. 내일까지 못 외우면 죽을 준비해라”고 말했다.

다음 날 그는 “내가 간부 직책, 이름과 계급 중 하나를 말하면 3초 안에 간부의 직책, 이름, 계급을 말하라”고 했다. 하지만 B씨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네 맞선임(같은 중대 안에서 본인의 바로 앞 군번인 선임을 일컫는 말)까지 X질 줄 알아”라고 질책했다.

이어 이튿날 A씨는 B씨가 있는 자리에서 B씨의 선임에게 “야 너 후임 관리 안 하냐”라고 말하고, B씨에게는 “너가 9월에서 가장 최악이야. 너가 가장 못해”라고 면박했다.

그다음 날에도 A씨는 B씨에게 “네가 말을 얼버무리거나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순간 네 맞선임을 여기 불러올 거다”라고 말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이 사건 이후 B씨가 분리 조치만 원한다고 해서 A씨는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A씨는 사과나 반성은커녕 흡연장이나 행정반 등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곳에서 B씨를 만나면 눈치를 줬고, 선임병들에게 B씨의 욕을 많이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증세를 겪다가 2023년 6월 결국 숨졌다.

당시 B씨와 같이 있었던 병사들은 “(B씨가) 이렇게 공황과 우울증이 생기게 된 원인이 A씨 때문이라고 말했다”거나 “B씨에게 A병장으로부터 수시로 질책받은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계속 마음속에 쌓여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또 “(B씨가) 상담할 때 ‘A씨를 보면 긴장되고 무섭다’고 했고, 한번은 질책 이후 다시 어떤 질책을 받고 저랑 상담하면서 1시간가량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행위가 직권남용이나 가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은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적으로 행사했고 피해자에게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했다고 인정된다”면서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판사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직권을 남용해 피해자에게 가혹행위를 가했다”며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점, 피고인에게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인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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