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실종 신고된 여성, 조직 유인책으로 활동 첩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4일 11시 39분


경찰, 현지 머무르는 20대 내사 착수
숨진 대학생 유인한 선배는 진술 거부

캄보디아에서 납치·살해된 대학생 박모 씨(22)가 생전에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는 모습. 텔레그램 캡처
캄보디아에서 납치·살해된 대학생 박모 씨(22)가 생전에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는 모습. 텔레그램 캡처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납치·살해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주요 피의자의 진술 거부로 난항을 겪고 있다. 피해자 박모 씨(22)를 현지로 유인한 대학 선배 홍모 씨(27)가 조사 내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14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홍 씨를 전자통신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중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홍 씨는 “캄보디아에 가서 통장을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피해자를 속여 출국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3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홍 씨는 국내 대포통장 판매 조직으로부터 건당 수수료를 받고 피해자를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홍 씨가 연계된 국내 대포통장 유통망과 공범 조직을 추적 중이지만, 지난달 홍 씨를 검거한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열쇠를 쥔 홍 씨가 완강히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수사를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은 이 조직이 텔레그램 등 비대면 채널만 이용하는 점조직 형태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경찰은 “홍 씨가 공범들과 대면한 적이 없고, 서로 신원을 모른다고 주장한다”며 “최근 캄보디아 관련 사건이 잇따르면서 공범들이 자취를 감춰 추적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씨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캄보디아 납치·감금 관련 문의와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실종자가 실제로는 범죄조직의 유인책으로 활동한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던 20대 여성이 현지 사기조직의 모집책 역할을 했다는 제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다.

이 여성의 가족은 올해 3월 “딸이 위험에 처했다”는 메시지와 손가락을 다친 사진을 받은 뒤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주캄보디아 대사관 등을 통해 소재를 확인한 결과, 여성이 자유롭게 외부 활동을 하고 연락도 가능한 상태임을 확인해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귀국 요구에도 여성이 현지에 머무르자, 범죄조직 가담설이 다시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의 행적이 석연치 않고, 조직의 유인책으로 활동했다는 첩보가 접수돼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범행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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