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아직 국회 내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2시 30분경 윤 대통령이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으로 전화해 이렇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반박하면서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윤 대통령도 “저는 인원이란 말을 써본 적이 없다”면서 “12월 6일 홍장원(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공작과 (곽 전)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 이후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 곽종근 “국회 안 인원 끄집어내라 지시받아”
형사재판 중인 증인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지만, 이날 곽 전 사령관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당시 상황을 적극 증언했다. 국회 측이 “12월 4일 밤 12시30분께 윤 대통령이 직접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아직 국회 내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들어가서 의사당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라고 (말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읽고 “사실인가”라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국회 측이 “데리고 나오라고 지시한 대상이 국회의원이 맞느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정확히 맞다”고 답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삼았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 진술 중에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끄집어내라‘는 내용이 없는데 국회 진술에서는 말이 바뀐다”라고 지적하자, 곽 전 사령관은 “제가 군 생활 34년 하면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님이 말하는데, 차마 제가 검찰 자수서에 그렇게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용어를 순화해서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부수고’ 발언을 ‘열고’로, ‘끄집어내라’는 ‘데리고 나와라’라고 단어를 바꿨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또 곽 전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6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으로 전화가 와 ‘한 차례’ 통화했다”고 밝혔으나, 같은 달 10일 국회에선 ‘두 차례’라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진술이) 바뀐 게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과의) 2차 통화 내용이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알기 때문에 김 의원 유튜브에 나와 할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회 국방위에서 여야 의원들 앞에서 말씀드리고 검찰 자수서에 정확히 썼다”고 반박했다.
● 尹 “나는 인원이란 표현 안 써”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헌재 재판관들 윤 대통령이 “끄집어내라”고 한 대상이 정확히 누군지 직접 신문했다. 탄핵심판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증인 진술이 달라지니까 문제가 된다. 생각이나 해석을 빼고, 오로지 들은 얘기만 말씀해보라”며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란 말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국회의원은 듣지 않았다. ‘인원’이라고 들었다”고 답했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당시 707특수임무단 인원이 국회 본관으로 가서 정문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본관 건물 안쪽으로 인원이 안 들어간 상태였다”며 “그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의결정족수 문제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끌어내라는 부분이 당연히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또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 150명 이야기는 언제 했느냐”고 물었고,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이 말씀하신 게 아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한 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어 “‘인원’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란 말을 써본 적이 없다”며 “(곽 전 사령관이) 의원으로 이해했다는 것이지 제가 쓰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의원을 끄집어낼 것 같으면 (사령관과) 상의해야 한다. 다짜고짜 전화해서 ‘의결 정족수가 안 되게 해라’ ‘끄집어내라’ 이런 지시를 어떤 공직사회에서 상하 간에 가능한 것인지 재판관들이 상식선에서 들여다보길 바란다”고 반박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신문 내내 메모를 하거나 대리인단과 귓속말을 하며 질의를 코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곽 전 사령관 신문이 끝나고 박춘섭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증인 신문이 시작되자 윤 대통령은 퇴정해 휴식을 취했다. 대리인단에 합류한 황교안 변호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퇴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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