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근 조달청장 인터뷰
공공조달 연 209조, 기업 60만 곳
기업 출산 지원, 탄소 기준 마련 등… ‘전략 조달’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
트럼프 정부 대비 비철금속 확대… 공공조달 기준 등 기본법 제정 필요
임기근 조달청장이 22일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 청장은 “공공조달의 부가가치를 높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전략 조달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달청 제공
“조달의 기본 역할을 바탕으로 저출생 극복, 탄소중립 실천 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22일 정부대전청사 조달청 집무실에서 만난 임기근 조달청장은 “공공조달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적인) 조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임 청장은 “올해는 중소, 벤처, 혁신기업의 벗이 되고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기존 정책 방향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체감, 현장, 행동, 속도에 중심을 둬 골밀도 높은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청장은 행정고시(3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을 지냈다. 그는 공공조달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뒤 “공공조달의 원칙과 지향을 보여주고 매년 전략적인 조달을 위한 장치인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 1년이 지났다. 성과는 무엇인가.
“조달 기업 등록부터 수출 유망 기업 지정까지 돕는 ‘공공조달 길잡이’를 통해 1200건 넘는 상담을 했다. 100여 개 초보 기업이 조달 시장에 새롭게 안착했다. 인지세 부과 대상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조달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102건 없앴다. 액수로 치면 980억 원 정도를 아꼈다. 평가위원 3중 관리, 입찰 심사 유튜브 생중계를 도입해 업무 투명성을 높였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는 차관급 기관 중 가장 높은 2등급을 받았고, 정부 업무 평가에서도 규제혁신, 정부혁신 등 5개 모든 부문에서 우수로 선정됐다. 모든 성과는 조달청 직원들이 만든 것이다.”
―전략 조달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연간 200조 원 넘는 공공구매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조달 영역이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물품, 용역, 시설물을 바르고 빠르고 정확하게 구매하는 장치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바뀌고 있다. 부가가치를 높인 전략 조달로 발전시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저출생, 고령화, 탄소중립, 기후변화 등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예산, 세제, 통화, 금융 등과 함께 공공조달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정책 조합이 필수다.”
―조달을 어떻게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나.
“저출생, 난임, 탄소중립 같은 문제는 만성적으로 진행 중이다. 저출생 대응 입찰 가점을 만들고 배점도 기존 2점에서 4점으로 늘린다. 출산장려기업은 우대하고 난임 진단 제품 같은 인구 위기 관련 품목을 발굴해 혁신제품 지정 확대, 시범 구매에 나서겠다.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시설 설계 검토 기준을 마련하고, 폭염이나 한파 같은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조달물자도 발굴해 필요시에는 다수 공급 계약자 2단계 경쟁 예외를 적용해 긴급 조달하겠다. 환경성적표지인증, 탄소감축계획서를 도입해 녹색조달 체계를 구축하겠다.”
―올해 조달청 업무 방향을 설명해 달라.
“중소, 벤처, 혁신기업의 벗, 기본에 충실하자(Back to the basic) 시즌2다. 지난해 성과를 낸 만큼 우리가 잘하고, 잘해온 것을 내재화 체질화해야 한다. 신기술 제품이 조달 시장에 쉽게 진입하도록 신성장 분야 물품 품명을 신설했다. 비싼 실험장비는 임차 방식으로 혁신제품 시범 구매를 해 공공판로 확보를 돕겠다. 불공정 행위를 하는 업체가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해 조사 기능을 강화한다. 지난해 도입한 평가위원 3중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투명한 조달을 정착시키겠다. 안전관리물자는 점검 주기를 6년에서 3년으로 줄여 국민 안전을 지키겠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대내외 요인으로 공급망 위기가 확대됨에 따라 구리, 니켈 같은 비철금속 6종의 비축 규모를 2027년 60일까지 단계적으로 늘리겠다.”
―공공조달 기본법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공공조달 규모는 209조 원, 조달 기업 수는 60만 개인데, 공공조달의 목적, 기본 원칙, 기준 등을 정하는 기본법이 없다. 조달사업법, 국가(지방)계약법, 전자조달법 등이 파편화돼 있다. 국가 정책 수단으로서 공공조달을 활용하려면 전체를 규율하는 기본법 제정이 절실하다. 지난해 12월 2일 공공조달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다.”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 있나.
“민생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조달을 하겠다. 상반기에만 34조5000억 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단일 응찰 시 바로 수의계약이 되도록 하는 등 계약 절차도 줄인다. 올해부터 운영되는 조달 기업 공제조합을 통해 계약 보증 수수료 부담을 절반으로 낮춘다. 760여 개 내부 업무규정과 지침을 조달청이 먼저 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검토하는 일명 ‘규제 리셋’을 추진한다.”
―‘차세대 나라장터’ 잘 정착할까.
“기존 나라장터를 개선한 차세대 나라장터가 6일 시범 개통했다. 7만여 공공기관과 60만 조달 기업 이용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100% 맞춤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개통 첫날 2시간 동안 검색 오류로 접속에 차질이 있었지만, 전체 기능이 멈추거나 개별 계약이 중단되거나 취소된 적은 없다. 210개였던 조달청 콜센터 전용회선을 330개로 늘리고, 11개 지방청 민원실에 인력을 보강해 바뀐 인증과 등록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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