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불면의 밤 딛고… 희생 헛되지 않게 안전사회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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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유가족 3인의 바람
“교사였던 딸, 생일에 떠나보내”… “모친 영정 보는건 여전히 고통”
“아들과 세월호 잊지 않았으면”

“여기가 김초원 선생님 자리예요. (추모글) 적고 가세요.”

12일 오후 경기 안산시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 내 ‘기억교실’.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 씨(65)는 기억교실을 찾은 초등학생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참사 이후 안산을 벗어나 고향인 경남 거제시로 떠났지만, 단원고 교실이 재현된 기억교실을 찾기 위해 안산으로 올라오곤 한다.

딸을 잃은 상처가 아문 건 아니다. 참사가 벌어진 4월 16일은 김 교사의 생일이다. 딸의 생일에 딸을 떠나보낸 그는 “유모차에 타고 있는 딸 모습이 떠올라서 4월이면 잠에 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4시간도 자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90세가 돼도 딸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딸과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16일 세월호 참사는 발생 10주기를 맞는다. 동아일보는 10주기를 맞아 참사로 딸과 아들, 어머니를 떠나보낸 유가족 3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인천 부평구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을 관리하거나 기억교실을 종종 찾으며 떠나보낸 가족들을 매일같이 떠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가족들의 죽음이 잊히지 않고, 참사를 교훈 삼아 안전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로 어머니 신경순 씨를 잃은 김영주 씨(49)는 인천에 마련된 세월호 추모관 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추모관에 마련된 어머니 영정 사진을 보는 건 여전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는 “참사일에 가까워지면 배가 가라앉기 전 나온 경고음 소리가 들리고,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면서 “매년 4월은 가장 추운 계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참사를 기억하는 일에 도움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으로 매일같이 추억관에 출근하고 건물을 관리한다. 김 씨는 “부디 참사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 씨(58)는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들이 자신을 위해 써준 시를 지니고 다닌다. “방석이 비싸더라도, 우리 엄마 무릎 밑에 얹어주고 싶다”는 내용의 시다. 시를 보다 슬픔에 잠긴 그는 자신의 일기장에 “천국으로 (좋아하던) 라면 배달해 줄까”, “롱패딩 입은 창현이 보고 싶다”는 글을 적곤 한다.

최 씨는 매주 월요일 유가족들과 만나 13일부터 5일간 열릴 세월호 추모 합창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아들과 세월호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다만 최 씨는 “우리 유족들의 이야기가 슬프게만 기억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여전히 놓지 않았다”며 “참사가 슬픔을 넘어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천·안산=이수연 lotus@donga.com
안산=이상환 payback@donga.com
#세월호#유가족#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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