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가 가장 높게 부른 ‘맛집 사업자’에 폐교 부지 넘긴 교육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7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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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교육청이 “맛집, 카페 사업을 하겠다”다는 사업자에게 폐교 부지를 매각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폐교 부지는 교육·복지 시설 등 특정 용도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감사원이 7일 공개한 전라북도·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정기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김제교육청은 2020년 7월 신입생 부족으로 폐교한 중학교의 부지를 매각한다는 공고를 냈다. 교육, 사회복지, 문화, 공공체육, 소득증대시설과 귀농어귀촌 지원시설 등에 한해서만 해당 부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공고에 포함됐다. 현행 폐교활용법은 폐교를 임대하거나 매각할 때 교육, 사회복지, 문화, 공공체육시설 등 특정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교육청은 “전북 최대 규모의 맛집, 갤러리 카페, 숙박시설, 서예미술 전시관 등을 세우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A사에 대해 이 부지에 대한 ‘매각 적격’ 판정을 내렸다. A사는 입찰가를 가장 높게 불른 곳이다. 감사원은 A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중 ‘맛집, 카페, 숙박업’ 등이 현행 법령과 교육청의 입찰공고상 폐교 부지에서 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폐교 부지를 인수한 A 사는 현재 전체 부지 면적의 31%를 음식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부지 매각 업무를 잘못 처리한 교육청 직원들을 징계하라고 전북 교육감에 통보했다.

이번 감사에선 세종교육청의 국장급 간부가 자기 비서를 승진시키기 위해 근무 성적 평정 순위를 부당하게 조작한 사실도 적발됐다.

A 국장은 2021년 7월 실무자로부터 직원들의 근무 평정 순위를 보고받았는데, 여기에는 A 국장의 비서였던 7급 B 주무관의 순위가 4위로 돼있었다. 그러자 A 국장은 실무자에 “B 주무관의 순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 교육부 내부 규칙에 따르면 A 국장은 과장들이 매긴 평정 순위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임의로 바꿀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A 국장은 “내 소속인데 왜 바꿀 수 없느냐”며 재차 B 주무관의 순위를 높이라고 실무자에 지시했다.

그러자 실무자는 담당 과장들이 처음부터 B 주무관을 3위로 평가한 것처럼 평정 결과를 조작해 다시 A 국장에게 보고했다. A 국장이 서명한 문서는 근무 평정 위원회에 제출돼 확정됐고, B 주무관은 그해 말 6급으로 승진했다.

A 국장이 지방공무원법 등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미 A 국장이 퇴직한 상태였기 때문에 감사원은 세종 교육청에 “A 국장의 비위 내용을 인사혁신처에 알리고, 다시 공직을 맡으려 할 경우 불이익을 주도록 하라”는 취지로 통보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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