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꽝 꽝” 용평 LPG충전소 가스누출 폭발… 반경 300m 불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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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냄새” 신고… 도로통제중 폭발
2명 전신화상, 집 14채-車 3대 불타
“저장소 반대로 바람… 그나마 다행”

LPG충전소 주변 차량 ‘날벼락’ 2일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의 한 LPG 충전소가 폭발하며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탔고 마을 곳곳이 폭격을 맞은 듯 심하게 훼손돼 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LPG충전소 주변 차량 ‘날벼락’ 2일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의 한 LPG 충전소가 폭발하며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탔고 마을 곳곳이 폭격을 맞은 듯 심하게 훼손돼 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포탄이 떨어진 듯 꽝 꽝 소리가 나서 전쟁이 난 줄 알았습니다.”

2일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의 한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새해 첫날 폭발 사건으로 폐허가 된 현장을 바라보던 주민 김모 씨(48)는 “엄청난 굉음에 밖으로 나와 보니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후에도 폭발 소리가 계속 들려 포격을 당한 줄 알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날이 밝자 전날 밤 사고의 참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충전소 앞에 있던 벌크로리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녹아버렸고, 충전소 맞은편 건물 10여 채는 유리창이 깨진 채 벽은 심하게 그을려 있었다. 도로 곳곳의 승용차들은 불에 타 차종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화물차 한 대는 양쪽 문짝이 떨어져 나가 폭발 당시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충전소 인근에서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신고가 119에 처음 접수된 것은 1일 오후 8시 41분경이었다. 곧바로 출동한 소방관들은 충전소에서 가스가 누출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즉시 도로를 통제하고 응급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오후 9시 3분경 폭발과 함께 불이 나면서 인근 마을은 삽시간에 불바다가 됐다.

소방당국은 장비 58대와 121명을 투입해 오후 10시 48분경 초진에 성공했고, 오후 11시 59분경 불을 완전히 껐다. 그러나 충전소에서 230m가량 떨어진 주차장에 있던 A 씨(36)와 충전소 인근을 지나던 1t 화물차 운전자 B 씨(62)가 전신에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운전 중이던 50대 남성과 충전소 맞은편 모텔에 투숙 중이던 외국인 여성 2명 등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주택 3동이 전소되는 등 14채가 불에 탔고, 차량은 3대 전소를 포함해 14대가 피해를 당했다.

조사 결과 충전소에는 50t과 30t 용량의 가스 저장 시설에 각각 13t, 20t의 가스가 남아 있었다. 현장에선 가정용 LPG통 20kg짜리 489개, 50kg짜리 284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만약 불길이 이쪽을 덮쳤다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뻔했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충전소에서 300m 이내 곳곳이 불길에 휩싸인 것을 감안하면 누출된 가스가 폭넓게 확산돼 있다가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바람이 가스 저장 시설과 반대쪽으로 분 데다 소방대원들의 진화가 집중되면서 추가 폭발을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한국가스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2일 오전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고, 정확한 폭발 원인을 조사 중이다.

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용평#lpg충전소#가스누술#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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