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언어로 역무원과 마주보고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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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역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투명 모니터를 통해 대화내용 번역
AI 활용 시스템, 내년 5개역 추가
외국인 전용 택시 호출 앱도 출시

4일 오후 한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명동역 고객안전실에 설치된  ‘외국어 동시 대화 서비스’를 이용해 역무원과 얼굴을 보면서 소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4일 오후 한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명동역 고객안전실에 설치된 ‘외국어 동시 대화 서비스’를 이용해 역무원과 얼굴을 보면서 소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소우루 에키니와 도얏테 이케마스카(서울역에 어떻게 갈 수 있나요)?”

4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4호선 명동역. 한국에 여행 온 일본인 모토바야시 지히로 씨(42)가 고객안전실에 붙은 투명 모니터를 통해 역무원에게 일본어로 물었다. 그러자 한국어로 번역한 문장이 역무원 쪽 화면에 표시됐다. 역무원이 “승강장으로 내려가 왼쪽 사당행 열차를 이용해 달라”고 말하자 이 역시 실시간으로 번역돼 반대쪽 모니터에 나타났다. 모토바야시 씨는 “이전까진 휴대전화 번역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소통했는데 얼굴을 보면서 큰 모니터로 대화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고 말했다.

● 얼굴 보면서 실시간으로 대화 가능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명동역에서 국내 최초로 ‘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을 선보였다. 55인치 크기의 투명 터치 스크린과 관광객용 유선 마이크, 역무원용 무선 마이크로 이뤄져 외국인 관광객에게 실시간 통역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13개 언어가 지원된다.

시스템 운영 첫날 외국인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친구들끼리 K팝 콘서트를 보기 위해 여행을 왔다는 중국인 판빙빙 씨(21)는 이날 역무원에게 “휴대전화 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시스템이 충전소를 ‘충전보’로 번역하는 오류가 발생했지만 재차 시도한 끝에 역무원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판 씨는 “역무원들의 상세한 안내를 바로 중국어로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공사는 이 시스템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명동역에서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 서울역, 홍대입구역, 이태원역 등 5개 역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터치 스크린을 활용하면 지하철 노선도 검색과 요금 안내, 물품 보관함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이재명 서울교통공사 고객만족팀장은 “팬데믹 이후 관광객 수도 늘고 국적도 다양해지면서 역무원들이 실시간으로 외국인들을 응대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며 “동시 통역 시스템을 통해 관광객들이 더 편리하게 관광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성인식 기능을 적용했다. 역명 등 고유명사를 더 정확히 인식하도록 AI 학습 과정을 거쳤고, 정확한 번역을 위해 역사 내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제거 기술을 활용했다. 또 마이크 앞 소리만 포착하는 ‘지향성 마이크’를 도입했다. 이 팀장은 “AI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때문에 음성 데이터가 쌓일수록 번역 정확도가 높아지게 된다”며 “13개 언어 중 활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언어의 경우 관련 언어를 가르치는 대학과 협업해 충분한 데이터를 쌓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 택시 호출 앱도 출시

서울시는 그 밖에도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전용 택시 호출 앱 ‘타바(TABA)’는 관광객이 본국에서 사용하던 전화번호로 인증할 수 있게 했다. 기존 택시 호출 서비스가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하고 국내에서 발행된 카드로 결제해야 해 불편하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서비스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등 5개 언어로 제공된다. 타바 앱에는 서울 주요 관광명소 200곳을 소개하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3개 언어#역무원#명동역#외국어 동시 대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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