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前 ‘뉴월드호텔 살인’ 조폭 행동대장 공개수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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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中도피기간 공소시효 정지”

1994년 12월 4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뉴월드호텔.

폭력 조직 ‘영산파’ 행동대장 정동섭 씨(56·사진)와 행동대원 서모 씨(55) 등 조직원 12명이 결혼식장에서 나오던 ‘신양파’ 조직원들을 급습했다. 이들이 휘두른 흉기에 신양파 조직원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당했다.

영산파는 1991년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신양파에게 살해된 것에 보복하기 위해 이날 급습을 감행했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극에 여론이 들끓었고 당시 검찰은 영산파 조직원 10명을 검거해 기소했다.

26일 공개수배 된 ‘강남 뉴월드호텔 살인사건’ 혐의자 정동섭(55). 광주지검 제공
26일 공개수배 된 ‘강남 뉴월드호텔 살인사건’ 혐의자 정동섭(55). 광주지검 제공
정 씨와 서 씨의 행방은 지난해까지 묘연했는데 그중 서 씨가 지난해 갑자기 주중국 한국영사관에 찾아와 밀항 사실을 자백했다. 당시 서 씨가 살인죄 공소시효(15년) 만료 후 밀항했다고 주장해 해경은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만 서 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광주지검은 재수사를 벌여 서 씨가 2003년 중국으로 밀항한 사실을 파악했고, 국외도피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일시 정지된 것으로 본다는 현행법에 따라 서 씨를 26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정 씨를 공개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사건 직후 중국으로 밀항한 뒤 생수사업을 하고 안마시술소를 운영했다. 2012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생각해 한국으로 몰래 들어왔고, 10여 년간 수도권에서 투자회사 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검찰이 정 씨도 공소시효가 남아 있음을 확인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추적에 나서자 정 씨는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영산파 조직원들이 최근까지 활동하며 이들의 도주를 지원한 것으로 보고 조직원 15명의 계좌와 사무실 30여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영남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정 씨가 서울 송파구와 경기 고양시 등에서 활동한 정황이 포착됐다. 끝까지 추적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뉴월드호텔 살인#조폭 행동대장 공개수배#정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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