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핫플 찾는 외국인들 “뻔한 관광지 NO”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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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남산 등 기존 관광코스 탈피
북촌-성수동-한남동 골목상권 순례
빵집 2시간 대기줄… 절반이 외국인
SNS 인증샷 명소도 많이 찾아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핸드크림 매장은 물건을 둘러보거나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최원영 기자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핸드크림 매장은 물건을 둘러보거나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최원영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라길래 꼭 와보고 싶었어요.”

일본인 관광객 사토 사쿠라 씨(26·여)는 지난달 31일 낮 12시 반경 서울 종로구 북촌 골목길에 있는 40석 규모의 베이글 가게 앞에서 2시간 동안 순서를 기다렸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지만 명동에는 안 갈 생각”이라며 “비빔밥, 불고기 같은 음식은 일본에서도 먹을 수 있어 한국 젊은 여성들이 가는 ‘쿨한 곳’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전날에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명소로 자리 잡은 성동구 성수동을 다녀왔다고 했다.

● “한국 MZ세대 다니는 쿨한 곳 갈래요”
명동 등 전통적인 외국인 관광 명소나 한식 맛집 대신 MZ세대가 몰리는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트렌디함’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온 관광객들이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소개된 젊은이들의 명소에 몰리는 것이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 골목에 위치한 베이글 가게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최원영 기자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 골목에 위치한 베이글 가게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최원영 기자
실제로 이날 베이글 가게 앞에 줄을 선 이들 중 절반가량은 외국인이었다. 국적별로는 일본인이 가장 많았지만 베트남, 태국, 홍콩, 멕시코 등에서 온 관광객도 있었다. 연령대는 대부분 2030세대였다. 이 가게 직원은 “2년 전 가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내국인이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SNS 등을 통해 소문이 퍼지면서 올 초부터 외국인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특히 젊은 일본 여성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용산구 한남동 등 최근 떠오른 신종 골목 상권까지 꿰뚫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 북촌 골목에서 만난 한 20대 일본인 여성은 “한국 유튜버의 브이로그 영상에서 인기 도넛 가게, 스콘 가게, 소품 가게 등을 ‘위시리스트’로 저장해놓고 방문했다. 이른바 ‘성지순례’를 하는 셈”이라며 웃었다.

● SNS, 유튜브 통해 실시간으로 유행 파악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포토존도 바뀌고 있다. 5일 오후 성수동의 한 케이크 가게 건너편에선 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이 높이 5m에 이르는 빨간색 외벽을 배경으로 줄지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SNS에서 ‘인증샷 명소’로 불리는 곳이다. 한 핸드크림 브랜드의 강남구 신사동 매장도 세련된 매장 디자인으로 외국인이 즐겨 찾는 포토존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여행 콘텐츠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 클로이 로랑 씨(20)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찾은 마포구 홍익대 앞의 작고 힙한 카페에 다녀왔다”며 “한국인들밖에 없고 관광지답지 않아 더 좋았다”고 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국이 트렌드의 첨단을 달리는 곳으로 여겨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가이드북 대신 유튜브, SNS 등을 통해 한국의 진짜 유행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동선이 달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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