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갈 지구, 우리 손으로 지켜요”… ‘한국의 툰베리들’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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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네이버스 ‘우리가 함께 그린 지구’
아동-청소년 친환경 활동 독려 캠페인
온·오프라인으로 전국 6000명 참여… 친구들과 ‘줍깅’ 활동 취미로 즐기고
해양쓰레기 수거용 로봇 직접 만들어… 아이들 관심사 접목해 환경 의식 제고

“‘대학 가고 취업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걸 해야 하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앞으로 지구를 살아갈 사람들은 바로 우리라고요.”

기후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닥치지만 특히 아동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아토피, 천식, 감염병 등 환경성 질환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이고 빈번해지는 재난·재해가 삶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굿네이버스는 지난해 4∼10월 시민들에게 기후위기로 인한 아동권리 침해 상황을 알리고 친환경 활동을 독려하는 ‘우리가 함께 그린(GREEN) 지구’ 캠페인을 진행해 전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6000여 명이 참여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선 캠페인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환경, 지루했는데… 취미 됐죠”
지난해 5월 부산 사하구 일대 낙동강변에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원인 박강은 양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쓰레기를 줍는 ‘줍깅’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 ①, ②). 굿네이버스 제공
지난해 5월 부산 사하구 일대 낙동강변에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원인 박강은 양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쓰레기를 줍는 ‘줍깅’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 ①, ②). 굿네이버스 제공
이날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단상에 서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나눴다. 이른바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들이다. 박강은 양(16·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은 “아동·청소년은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어른들이 원망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양은 소소한 취미인 ‘줍깅’을 소개했다.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뜻하는 북유럽 신조어 ‘플로깅(plogging·스웨덴어 줍다(plocka)와 뛰다(jogga)를 합성한 말)’을 우리말로 바꾼 버전이다. 박 양은 차에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두고 가족 나들이에서도 “잠깐 쓰레기 먼저 줍고 놀자”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줍깅을 시작하게 됐다.

혼자만의 다소 지루한 취미였던 줍깅에 친구들을 끌어들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소속으로 ‘사하청소년 환경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까지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가 됐다. 거창한 장비가 아니라 운동화 차림에 봉투 하나만 있으면 가능해 학생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이제는 줍깅 실력이 늘어 보도블록 틈에 낀 담배꽁초, 수풀 사이 숨어있는 젤리 봉지도 눈에 들어온다.

박 양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환경은 나와는 거리가 먼 무거운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생각이 바뀌었다”며 “처음에는 단순히 봉사활동 시간 채우려고 끌려온 친구들도 이제는 놀려고 만나서도 줍깅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 쓰레기 줍는 로봇 만든 학생들
충남 서산의 환경 동아리 ‘토닥토닥, 지구’ 소속 고등학생들이 만든 해양 쓰레기 수거 로봇. 굿네이버스 제공
충남 서산의 환경 동아리 ‘토닥토닥, 지구’ 소속 고등학생들이 만든 해양 쓰레기 수거 로봇. 굿네이버스 제공
쓰레기를 직접 줍기 어려운 바다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로봇을 만들어낸 학생들도 있다. 충남 서산 6개 초·중·고등학교가 모인 환경 동아리 ‘토닥토닥, 지구’의 고등학생 11명이다. 사실 이들이 처음부터 환경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동아리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신의철 군(18·대산고)은 “처음엔 과학 동아리원이었는데, 환경 동아리에서 과학 지식이 필요한 활동을 도와주면서 합류하게 됐다”며 웃었다.

얼떨결에 시작한 환경 동아리에서 신 군과 친구들은 과학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굿네이버스와 한화토탈에너지스, 서산시교육지원청 등의 지원을 받아 외부 강사에게 수업을 들으며 코딩으로 직접 로봇을 설계하고, 이를 3D 프린터를 통해 실제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석 달간 로봇을 고민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신 군은 “인간 대신 쓰레기를 수거하는 로봇을 만들어 뿌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기술에 기대 죄책감 없이 쓰레기를 버리고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들었다”고 말했다. 기술과 함께 환경에 대한 의식도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이전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이다.

이석범 굿네이버스 충청지역본부 대리는 “학생들의 관심사를 환경과 접목할 때 훨씬 재미있게 환경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토닥토닥, 지구’에서는 연령대별 수준에 따라 일회용품들이 분해되는 데 드는 기간을 알아보는 ‘쓰레기 분해 시간표 만들기’, 플라스틱 제품 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체험’ 등이 진행됐다.

● “기후위기가 곧 아동 위기”
굿네이버스는 올해도 이달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기후위기 속 아동권리 옹호 캠페인 ‘아이들의 지구를 위한 선택’을 진행한다. 먼저 다음 달 26일까지 남긴 반찬 없이 식사하기, 다회용기 사용하기, 물 받아서 사용하기 등을 실천한 사진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텀블러 등의 선물을 증정한다.

온라인뿐 아니라 전국 17개 굿네이버스 지역본부, 지역사회 시민과 아동들과 ‘플라스틱 병뚜껑 모으기’ 등의 오프라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인식 개선 캠페인과 더불어 자연재해 등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은 아동과 가정도 지원한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은 “굿네이버스는 지구의 위기가 곧 아동의 위기라는 인식 아래 아동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굿네이버스#우리가 함께 그린 지구#친환경 활동 독려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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