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경찰 스토킹한 40대 현직 경찰, 참여재판서 만장일치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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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8일 2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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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여자 경찰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경찰관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28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대구 모 경찰서 소속 A 씨(40·경사)에 대한 참여재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A 씨에게 40시간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 씨는 후배 경찰관인 B 씨(20대·여성)에게 지난해 2월 6∼8일 모두 24차례에 걸쳐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당초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 됐지만,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스토킹법 위반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배심원 7명은 이날 만장일치로 A 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 등으로 볼 때 피해자가 묵시적으로 거절 의사를 철회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고인 행위는 불쾌감 정도를 넘어 성적 수치심과 두려움을 준 것으로 판단되고 이는 사회 상규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두 사람은 2019년 9월 B 씨가 새로 임용돼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알게 됐다. A 씨는 이듬해 B 씨에게 SNS를 통해 ‘라면 같이 먹고 싶은 사람’ 등 내용으로 여러 차례 연락했다. 이에 B 씨는 A 씨의 글에 불쾌감을 느껴 A 씨와 SNS 친구를 끊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문자메시지를 본 A 씨는 약 1년간 B 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B 씨가 준비하던 승진시험 등을 화제로 관계를 다시 이어갔다. A 씨는 밤늦게 전화해 ‘네가 이쁘다’, ‘집 앞으로 가고 싶다’ 등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B 씨는 A 씨에게 “선 넘지 말라”고 경고했고, 경찰 내부망에 A 씨의 범행을 알린 후 고소했다.

검찰 측은 “같은 지구대 근무 당시 피해자는 초임 경찰관이었고 피고인과는 팀이 달라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였는데도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피해자에게 연락했다”며 “특히 상명하복 문화의 조직에서 계급이 다른 피고인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A 씨가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다며 약식명령보다 많은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가 거절 의사를 표현했으나 이후 그러한 의사가 묵시적으로 철회됐다”며 “피고인 행위가 성인 남녀 간 호감을 표시한 정도로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고, 불쾌감을 줄 순 있으나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었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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