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 尹 면담 촉구하며 행진 시도…경찰 충돌

  • 뉴시스
  • 입력 2023년 3월 14일 1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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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4개 종단이 14일 대통령실 앞에 모여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실로 직접 입장문을 전달하려 이동하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4개 종단 관계자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5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도회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4개 종단은 차례대로 기도회를 열고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서울시, 용산구청, 경찰청은 입을 꾹 다물고 귀를 막고 있다. 그렇게 한다고 책임이 사라지고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며 “간곡하게 호소한다. 희생자 가족을 만나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헤아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자리는 무한하지 않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회피와 무책임한 태도는 업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약 50분 동안 희생자를 위한 기도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유가족은 눈물을 흘리면서 자리를 지켰다.

고(故)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는 “참사 당시 경찰은 왜 인파와 교통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왜 희생자를 변사자로 만들었는지, 아이들을 왜 나체 상태로 검안했는지, 마약범죄수사대가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간 이유가 뭔지 밝히는 게 직업이 됐다”며 “정부는 특별법을 통한 진상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4개 종단도 입장문을 통해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참사의 원인과 구조 실패 이유를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상처 입은 유가족과 만나 사과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국회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도회가 시작되기 전, 한 유튜버가 기도회에 참석한 유가족을 향해 “시체팔이”등의 발언을 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가족은 유튜버를 향해 “인간이냐”고 항의했고, 양측이 서로 달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기도회가 끝나고 난 뒤 대통령실 관계자가 입장문을 수령하러 전쟁기념관 앞으로 찾아왔지만, 유가족 측은 면담 요청에 대한 답을 달라며 대통령실로 행진에 나섰다.

유가족 측은 “두 번이나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지만 행정관이 와서 받아 가기만 했다. 두 번이나 보내드렸다”며 “오늘은 이렇게 전달할 수 없다. (대통령실로) 같이 가자. 여기서 죽을 것”이라고 외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입장문을 받아서 절차대로 전달하도록 하겠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결국 유가족과 종교인들은 행진을 막는 경찰 30여명과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펜스를 뜯어내거나 몸싸움하는 등 충돌이 발생했다.

유가족 측은 지난달 23일에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실 직원에게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유족 측의 대화 요청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유가족 측은 이태원 참사를 두고 진행된 경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참사의 구체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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