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독립 위한 마음은 하나”… 이승만-김구 후손 ‘3·1절 화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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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조혜자 여사-손자 김진 대행
104주년 기념식서 손 맞잡아

“독립을 위한 마음은 하나였잖아요.”(이승만 전 대통령의 며느리 조혜자 여사)

“3·1운동은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낸 작품 아닙니까.”(김구 선생의 손자 김진 전 광복회장 직무대행)

제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104년 전 수천 명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곳에서 조혜자 여사(81)와 김진 전 직무대행(74)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했지만 광복 후 의견 차이로 갈라섰던 정치적 라이벌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후손이 독립운동 정신 계승이란 대의 앞에서 화해와 통합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 “독립운동 정신 되새기길” 입 모은 두 사람
1946년 그날처럼…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104주년 3·1운동 기념식에서 김구 선생의 손자 김진
 전 광복회장 직무대행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 박사의 부인 조혜자 여사가 서로 손잡고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다는 이들은 “두 분의 노선은 달랐지만 독립을 위한 마음은 하나였다”며 정치권과 국민이 화합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정치적 라이벌이자 독립운동의 두 기둥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이 
1946년 봄 남조선대한국민대표민주의원 회의를 마친 후 서울 창덕궁 앞에서 손잡고 찍은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46년 그날처럼…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104주년 3·1운동 기념식에서 김구 선생의 손자 김진 전 광복회장 직무대행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 박사의 부인 조혜자 여사가 서로 손잡고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다는 이들은 “두 분의 노선은 달랐지만 독립을 위한 마음은 하나였다”며 정치권과 국민이 화합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정치적 라이벌이자 독립운동의 두 기둥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이 1946년 봄 남조선대한국민대표민주의원 회의를 마친 후 서울 창덕궁 앞에서 손잡고 찍은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종로구는 이날 탑골공원에서 ‘104주년 3·1운동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조 여사와 김 전 직무대행은 범국민추진위 발기인을 맡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의 초대를 받아 행사에 ‘특별 손님’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전 원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상아빛 한복을 차려입은 조 여사는 “시아버님도 김구 선생도 독립을 향한 마음은 똑같았다”며 인사를 건넸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김 전 직무대행도 “독립운동 정신을 생각하면 후손으로서 이곳에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행사 내내 제일 앞줄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행사를 지켜봤다.

조 여사는 시아버지와 김구 선생의 생전 관계를 회상하며 “김구 선생이 아버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셨다”고 기억했다. 김구 선생 순국(1949년) 이후 태어난 김 전 직무대행은 “할아버지를 직접 뵙진 못했다”면서도 “집안 어른들로부터 조부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광복 후 노선을 달리 했지만 광복 전에는 독립이란 하나의 목표 아래 헌신하셨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치권과 국민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 여사는 “종교와 이념을 떠나 뭉쳤던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면 좋겠다”며 “우리나라도 서로 뭉쳐 분열되지 않고 여러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직무대행도 “너무 과격하게 충돌하다 보면 더 큰 길과 목표를 잃을 수 있다”며 “여야도 우리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둘의 만남을 주선한 이 전 원장은 “김구와 이승만,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 불리는 두 분의 후손들이 만난 것 자체가 통합의 상징”이라며 “요즘 정치권에서 보이는 대립과 갈등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 두 분의 만남이 계기가 돼 정치권의 화합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 “3·1운동 발생지 탑골공원을 성역으로”
이날 기념식은 3·1운동이 시작된 탑골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은 서울 종로구 요릿집인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식을 했는데, 그 직후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독립선언문이 낭독, 배포되면서 3·1운동에 불이 붙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민족정신과 역사성을 투영한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을 통해 시민에게 열린 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김태우 채널A 기자


#독립#이승만#김구#후손#3·1절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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