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출범 후 복원사업 보류
시민 모임 ‘아카데미의 친구들’
오늘 인간 띠 잇기 챌린지 진행
시정정책 공개 토론 청구 추진
강원 원주시의 아카데미극장. 2006년 문을 닫은 이후 영화관으로서의 기능은 멈췄지만 내부에는 객석과 영사실, 매표구 등 옛 시설이 양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 제공
강원 원주 유일한 단관극장인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첫 번째 활동으로 22일 아카데미극장 앞에서 ‘인간 띠 잇기 챌린지’를 진행한다. 매월 한 차례씩 극장에 모여 극장을 둘러싸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극장을 보존하고 재생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자는 취지다. 이 행사는 온라인 오픈채팅방에서 제시된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다. 행사는 인접한 풍물시장의 매월 마지막 주 장날에 맞춰 진행될 계획이다.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는 아카데미극장 재생 사업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위해 시정정책 토론 청구를 추진한다.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 사업에 대한 내부 재검토를 6개월 이상 지속했는데도 진전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추진위는 의회 등을 통해 수차례 시장 면담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원주시 주민 참여 조례에 규정된 시정정책 토론 청구는 시가 추진하는 정책 사업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타당성에 대한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시장에게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시정정책 토론이 청구되면 원주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개월 이내에 응해야 한다.
앞서 원주 구도심 시장상인회도 아카데미극장을 원도심의 문화 거점으로 활용해 줄 것을 시에 건의했다. 상인회는 지난달 원강수 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아카데미극장은 잠재된 가능성이 큰 공간으로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젊은이들이 노력해 왔고 외지인들도 즐겨 찾는 원도심의 명소가 돼 가고 있다”며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1963년 문을 연 아카데미극장은 스크린을 1개만 갖춘 단관극장의 원형을 보존한 건축물이다. 원주에서도 복합영화관이 잇따라 생기면서 2006년 아카데미극장을 포함한 단관극장들이 문을 닫았다. 다른 극장들은 모두 철거됐지만 아카데미극장은 건물 소유주가 창고처럼 사용하면서 헐리지 않았다. 극장 내부에는 객석, 영사실, 매표구, 간판 거치대, 광고판 등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 시설들이 남아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아카데미극장을 보존하고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2021년 1월 보존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그해 3월 시민들이 1억 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원주시는 아카데미극장의 복원을 위해 지난해 1월 시비 32억 원을 들여 건물과 토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민선 8기가 출범하면서 예산 추가 투입 문제로 인해 아카데미극장 복원을 재검토 사업으로 분류한 상태다. 시는 사업 재개 여부를 결정할 시한을 7월 말로 잡고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이다.
보존추진위 관계자는 “아카데미극장 재생 사업에 대해 원주시와 공식적인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며 “사업 재개 결정을 위한 논의가 원주시 내부에서만 진행돼서는 안 된다. 공개 정책 토론같이 시민이 참여하는 안정적인 논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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