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억원 전세보증금 가로챈 ‘건축왕’ 구속…주택 2700여채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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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20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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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지난해 11월 인천시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 촉구를 하고 있다. 뉴스1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지난해 11월 인천시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 촉구를 하고 있다. 뉴스1
인천에서 12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60대 건축업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20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 씨(62)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김진원 인천지법 영장담당 판사는 A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A 씨와 공범인 40대 여성 B 씨 등 일당 총 5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만행위가 있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보강 수사를 벌여 이들 중 A 씨와 B 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B 씨에 대해선 “피의자 가담 정도와 취득 이익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재차 영장을 기각했다.

A 씨 등은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 보증금 126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는다.

당초 경찰은 이들이 공동주택 327채의 전세 보증금 266억 원을 가로챘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가 영장 재신청 때는 범행 대상 범위를 좁혔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하게 범행이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대상으로만 범위를 한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나머지 혐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계속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10여 년 전부터 주택을 사들였다. 지인 등에게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전세 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렸다.

A 씨 소유 주택은 인천과 경기 일대에 약 2700채 있다. 대부분 그가 직접 신축했다. 이는 인천에서 빌라 1139채를 보유했다가 전세금을 떼먹고 숨진 ‘빌라왕’보다 훨씬 큰 규모다.

A 씨 등은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면서 자금 경색 등으로 임의경매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공인중개사 등 공범들에게 전세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임대업자 등으로 구성된 일당을 통해 이미 근저당이 잡혀있는 탓에 계약을 걱정하는 세입자들을 상대로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행보증각서’를 써주면서 계약을 성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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