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객관적 증거에도 잘못엔 눈감고 반성 안해” 판결문서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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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6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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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2.3.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2.3. 뉴스1
“피고인은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객관적인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잘못에 대해 여전히 눈 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법원이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양형 이유를 이같이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조 전 장관의 판결문에서 양형 사유를 두 페이지에 걸쳐 소상히 밝혔다.

재판부는 유죄 부분을 크게 ▲자녀 입시비리로 인한 관련 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데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딸 조민 씨에게 지급된 장학금 관련 뇌물수수 혐의 세 가지로 나눠 각각의 양형 이유를 살폈다.

재판부는 먼저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당시 저명한 대학교수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피고인이 우리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린 채 오로지 자녀 입시에 유리한 결과만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편법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두 자녀의 입시와 관련해 수년간 동종 범행을 반복했고, 피고인이 직접 위조·허위로 발급받은 서류를 제출하는 위계를 사용했다”며 “나아가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에 가담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범행이 과감해진 점을 고려하면 범행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 범행으로 각 교육기관의 입학 사정 업무가 실제 방해됐고,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은 물론, 피고인 가족을 둘러싼 의혹으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인 대립이 지속됐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죄책은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조민 씨의 장학금 수수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국정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민정수석의 지위에서 어느 공직자보다도 공정성과 청렴성에 모범을 보였어야 할 책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자녀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반복 수수해 스스로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한 점에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에 대해선 “대통령비서실의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 지위에서 특별감찰반을 통해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를 예방하고 비리가 발견되면 이를 엄정히 감찰해 합당한 조치를 할 책무가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감찰 과정에서 지속해서 제기된 정치권의 부당한 청탁과 압력을 막아달라는 특감반의 요청에 눈감고 오히려 청탁에 따라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감찰을 중단시켰다”면서 “사정 권한을 부여받은 피고인 스스로 공정의 잣대를 임의로 옮겨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와 사정기관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1차례 처벌받은 외에 다른 범죄 전력이 없고, 자녀 입시비리는 피고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주도한 범행에 배우자로서 일부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요 증거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사회적 유대관계나 재판에 성실히 임했던 태도 등에 비춰 도주 우려도 있다 보기 어렵다”며 “배우자가 수감 중인 사정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죄가 인정된 조 전 장관의 혐의를 종합하면 징역 1개월~15년까지 처벌의 범위가 넓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아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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