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내 침수 5분 만에 뒤집힌 청보호

5일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7분 전남 신안군 임자면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24t 근해통발 어선이 전복됐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신고한 청보호 선원은 “선박에 물이 차고 있다”, “12명이 탔는데 9명이 실종됐다”는 등 5차례 신고했다.
해경은 해상을 지나던 선박에 구조를 요청했고 9750t급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가 오후 11시 50분 경 사고 현장에 도착해 유모 씨(48) 등 3명(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을 구조했다. 이 배의 선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착했더니 뒤집어진 배 바닥 위에 3명이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5일 해경 등 구조당국에 따르면 한 생존 선원은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 사고 당일에도 물이 샜지만 양이 많지 않아 그냥 운행했다” 진술했다고 한다. 특히 사고 당일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출항한지 3시간 만에 선체가 기우는 등 이상징후가 감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 건조 1년 안 된 배…임시검사 3개월 만에 사고
청보호는 지난해 3월 진수된 신형 어선으로 길이 21.75m, 폭 5.18m다. 어선은 현행법에 따라 2년 6개월마다 중간검사,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르면 청보호는 검사 시기가 아니었지만 지난해 11월 임시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김 씨 가족은 “설연휴 때 선박을 육지로 올려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때 이미 이상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기관실 배관 등 선체결함에 의한 누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청보호 엔진 4개 주변에는 냉각 효과를 위해 75~100mm 두께의 배관이 설치돼 있는데 이 배관이 선체 내부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에는 파도가 잔잔했고 바람도 세지 않았다고 한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해수가 유입되는 밸브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면 서서히 물이 들어와 선원들이 잘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