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칼럼]박순애 장관, 세번째 행운은 어디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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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기자
이종승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거듭되는 행운 덕에 장관 자리에 올랐다. 첫 번째 행운은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계 외신기자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성의 대표성 향상과 성평등 증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물은 것이었다. 대선공약과 달리 여성 장관을 임용하지 않는 이유도 물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질문이었다. 다소 궁색한 답변을 한 윤 대통령은 이후 교육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식약처장을 줄줄이 여성으로 지명했다. 만약 질문이 없었더라면 윤 대통령은 “여성의 공정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수준에서 머물러, 박 장관 지명은 어려웠을 것이다.

두 번째 행운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의 자진사퇴와 지지부진 했던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다. 박 장관은 김승희 지명자가 자진 사퇴한 후 30분 만에 임명됐다. 임명 하루 전 국회는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국회의장단을 선출했고 원구성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원구성 후 청문회가 열렸더라면 ‘만취운전 교육 수장이 가당한 일인가’란 여론의 질타는 커졌을 것이다. 또 연이어 나오고 있는 의혹과 교육 수장으로서의 자질 등을 검증받았다면 임명은 가시밭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박순애 장관은 앞으로 한국교육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 번째 행운이 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행운은 꼭 와서 장관 자신보다는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들이 수혜를 받아야 한다. 행운의 열쇠는 장관이 교육을 대하는 자세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한국교육은 유초중등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개혁이 시급하다. 게다가 교육부의 존재 이유를 과학기술인재 공급으로 규정하는 대통령의 생각도 교육개혁에 걸림돌이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그 바탕인 교육은 미래세대를 옥죄고 있다. 대통령이 거론한 반도체 인력 육성을 포함한 시대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교육의 책임은 교육부가 대학을 규제한 것과 대학 스스로에게 있다.

지금까지 한국교육개혁이 실패했던 이유는 대통령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했던 조급함 때문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교육부 장관들은 교육의 근본을 확립하기보다는 개별적인 사안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한국 교육은 양극화 해소, 국민소득 3만 불 시대, 4차 산업혁명, 성장 동력 역할, 지역균형개발 등에 필요한 교육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박 장관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몇 년 만에 고친다는 생각 대신 초석을 쌓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핀란드는 10년 넘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에 대한 역할과 방법론을 찾은 후 그들만의 교육 시스템을 확립했다. 에르기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은 20년 동안 정권이 바뀌어도 한자리에 있으면서 핀란드 교육개혁을 이끌었다. 우리도 ‘한국식 교육’을 가지려면 국민이 동의하는 ‘교육’을 제시해야 한다. 박 장관에게 주어진 책무는 한국식 교육을 만드는 길을 닦는 것이다. 그가 주어진 책무를 잘 수행한다면 세 번째 행운은 국민들이 누릴 것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에듀칼럼#박순애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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