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단지’로 10년 이상 방치된 송도유원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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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수도권의 인기 유원지서 화물차 불법 주정차 애물단지 전락
주민들 구체적 개발계획 요구에 인천시 “장기적 관점서 검토해야”

인천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에 수출을 앞둔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이곳에는 중고차 수출업체 600여 곳이 입주해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에 수출을 앞둔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이곳에는 중고차 수출업체 600여 곳이 입주해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옛 송도유원지(면적 209만여 m²)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은 물론이고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였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해수풀장을 갖춘 위락시설로 문을 연 뒤 1963년 경인지역 사업가들이 ‘인천도시관광주식회사’를 설립해 재개발에 들어갔다. 바닷물을 끌어온 인공 해수욕장 등과 같은 현대적 시설을 갖춘 사계절 종합휴양지로 문을 열었다.

1970년에는 전국 최초로 유원지 시설로 지정되면서 관광객이 몰렸다. 송도유원지에 있던 놀이시설 가운데 대관람차에 오르면 멀리 인천 앞바다의 섬들이 보이고, 낙조도 감상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가거나 기업의 야유회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40여 년 이상 새로운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관광객이 줄면서 2011년 결국 문을 닫았다. 그 뒤 놀이시설 등이 철거되고 현재 ‘중고차수출단지’ 등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개발 행위가 제한돼 있다.

그동안 송도유원지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수년째 수출단지 운영에 따른 교통과 환경 분야 민원 등을 제기하며 반발해왔다. 수출단지에서 차량을 불법으로 해체하는 작업이 이뤄져 토양을 오염시키고, 대형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중고차를 실어 나르는 대형 화물차의 난폭 운전과 무분별한 불법 주정차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 왔다.

인천항만공사가 중구 남항 역무선부두 인근 항만 배후부지에 39만8155m² 규모로 조성하는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인 ‘스마트 오토 밸리’가 완공되면 이곳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이 무산돼 완공 시기가 불투명한 상태다.

2015년에는 옛 대우자동차판매가 소유한 104만 m² 규모의 부지에 송도테마파크와 아파트 등을 짓겠다며 한 건설회사가 3150억 원을 들여 매입했지만 시와 인가 조건을 놓고 소송을 벌이면서 답보 상태다.

주민과 상인들은 인천시가 송도유원지 부지를 10년 이상 방치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2월 주민들은 2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송도유원지에 공공시설 용지를 확보해 달라는 집단 민원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엉터리 도시계획 때문에 주민들은 20여 년 동안 제대로 된 행정과 문화체육시설을 갖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사업을 바라보며 고통을 받았다”며 “인천의 전체적인 공간구조 등을 담는 ‘2040 도시기본계획’에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공공시설 용지를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같은 달 시가 고시한 2040 도시기본계획 확정안에는 송도유원지 일부 부지(52만여 m²)를 시가화예정용지로 변경했을 뿐 전체적인 개발 계획은 빠졌다.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정복 시장 인수위원회는 이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도 있다.

시 관계자는 “송도유원지 부지의 소유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난개발을 막으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도유원지 인근에는 인천시립박물관과 인천상륙작전기념관, 가천박물관 등이 모여 있다. 또 주변에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야외 촬영장인 송도석산 등이 남아 있는 데다 꽃게 음식을 파는 꽃게거리와 카페, 대형 음식점이 즐비하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 연수구 옥련동#송도유원지#중고차 수출단지#10년 이상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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