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인력난, 지역 거점대학의 획기적 육성으로 해결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1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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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24일 반도체 인력 육성방안 논의 예정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24일 당면한 반도체산업의 인력부족 타개를 위해 온라인으로 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지역별 국·공·사립대 10개를 선정해 대학별로 평균 100여 명씩 연간 1000여 명을 반도체 관련 기업과 연계한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이같이 전하고 “시스템 반도체 교육을 위해, 전국에 있는 반도체 설계교육센터(일명 IDEC)에 대한 운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또 “대학에 있는 반도체 공정교육센터(Fab)에 대한 설비투자를 강화해 반도체 공정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21일 협의회가 24일 회의에서 논의할 토론 자료를 미리 입수해 소개한다.》

최근 반도체산업 인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국가적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진 후 정부는 반도체 인력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수립하고 있다. 이안에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 완화도 들어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기술진흥원에서는 우리나라 12대 주요산업 분야의 인력 수급 실태를 조사 분석한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발표에 따르면 △기계 분야 4100명 △전자분야 5400명 △반도체 분야 1600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부족은 고졸 44.4%, 전문대졸 15.3%, 대졸 32.3%, 대학원졸 8.0% 등으로 다양한 수준에서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는 연세대 등 7개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치하여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2023학년도 반도체 계약학과 신입생 모집 인원은 360명이다. 입학 후 선발되는 서울대의 연합전공 인공지능반도체공학부 80명을 합하면 440명 수준이다. 여기에 지역의 거점국립대 등을 포함한 반도체 관련학과 졸업생까지 포함하면 반도체 관련 졸업생은 연간 약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기준, 반도체 업계에서는 약 1600여명이 부족하고, 이중 30%가 대졸인력의 부족이라고 본다. 현행 인력양성 규모와 반도체 인력수요 전망에 따르면, 연간 약 600여명의 대졸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분야의 인력 수급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산업 경쟁력 이외에도, 사회적 갈등, 출산율,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분야의 요인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출산율 감소가 국가 경쟁력 향상에 가장 큰 걸림돌임이다. 특히 수도권 인구 집중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인 이슈이다. 수도권 집중은 곧 지방 대학과 지역의 소멸로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 교육 및 주거비용의 급속한 증가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40년간 수도권 정비계획법 등을 통해 수도권 인구집중 유발요인을 적극 제한하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반도체 인력 부족 타개 방안에 ‘수도권 중심 사고’를 경계한다. 반도체 산업 분야의 인력양성은 수도권 학생정원 규제 완화 보다는 지방대학의 획기적인 육성 및 대학 간의 역할 분담, 공유교육 체계 도입 등에서 찾아야 한다. 국가거점대학을 비롯한 지역대학에도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이 많다. 하지만 이들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율이 50~60%에 그치고 있다.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해제보다 같은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지역 대학들의 어려움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보다 쉬운 반도체 인력 양성의 길이다. 여기에 필요한 제안을 한다.

첫째, 매년 부족이 예상되는 반도체 관련 인력은 수도권을 제외한 9개 광역지자체에서 거점대학을 포함한 10여개 지역 대학을 선정하여, 대학별로 평균 100여 명씩 연간 1000명 학부생을 양성하자. 물론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 학생 총정원을 늘리기 보다는 기존의 학생 정원을 조정해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수도권 대학에서 실시하는 바와 같이 반도체 관련 기업과 연계한, 채용연계형의 계약학과를 설치·운영하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들도 학생정원을 늘리는 대신, 기존의 반도체 관련 유사학과 학생들이 추가로 차세대 반도체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우수한 석·박사급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관련학과 대학원 정원을 적극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차량용 및 전력, IT 분야 등에 대한 시스템 반도체 교육을 위해, 전국에 있는 반도체 설계교육센터(일명 IDEC)에 대한 운영 지원을 강화하자. 현재 전국에는 KAIST를 본 센터로 하는 IDEC 센터가 운영 중이다. 아울러 지역거점센터인 광운대(서울), 한양대 에리카캠퍼스(경기)를 비롯 5개 지역 센터가 운영 중이다. 따라서 이러한 IDEC을 중심으로 각 지역의 모든 대학들이 반도체 설계교육에 참여하도록 한다면 효과적인 시스템 반도체 교육이 이루어 질 것이다.

셋째, 반도체 공정교육센터(Fab)에 대한 설비투자를 강화하여 반도체 공정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자. 반도체 기업들은 기밀 보호를 위해 생산 공정을 개방하지 않기에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하기가 어렵다. 부산대, 경북대, 전북대 등 지역대학에 설치한 Fab에 대한 설비 투자를 늘려, 인근 지역의 반도체 관련학과 학생 교육에 공동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넷째, 2021년 교육부에서 실시한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사업의 반도체 분야 인력 양성 사업을 확대하자. 인공지능 반도체나 시스템 반도체 등 영역별 확대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업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학을 공동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그래서 한정된 교수 인력 풀 공유를 포함해 최대한 지역대학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BK21 4 사업단(팀)을 확대해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 분야의 우수 석·박사 인력을 확대 양성하는 것이다.

다섯째, 반도체 인력 양성은 화학, 전자, 전기공학, 물리학, 소재공학, 기계공학 등 학문 융합이 필수다. 최근 반도체 설계는 AI의 도움으로 성장하고 있다. 첨단기술 개발 및 반도체 우수인재 양성을 위해 초광역 협력 과 지역거점대학 및 국·사립 대학이 협력해 공동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공동학위를 수여까지 목표를 두고 기업이 걱정하지 않도록 기업 의견을 반영한 ‘전문성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반도체 기술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융합을 통한 창의적 인재양성 정책이 필요하다. 윤석렬 정부의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 국정과제는 바른 방향이다. 반도체산업 인력 육성이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프레임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가 ‘지방대학 시대’임을 천명한 만큼 ‘국가거점국립대를 비롯한 지역대학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21개 첨단 산업 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지방대학의 육성 계획은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와 더불어 첨단 분야 산업인력의 적절한 수급을 가능하게 하는, 윈-윈 전략이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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