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민주화 흐름 막은 미얀마 최고 권력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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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얀마 로힝야족 탄압은 집단학살이 맞다’고 공식 규정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 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입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북서부 지역의 소수 민족입니다.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고 일부는 힌두교도라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지속적인 차별과 억압을 받아왔습니다. 2017년 8월 미얀마 군부는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 작전을 벌입니다. 로힝야족의 집은 불탔고, 수만 명이 살해 당했습니다. 겨우 살아남은 로힝야족 70여만 명은 주변국인 방글라데시 등으로 달아나 난민이 되었습니다.

이듬해 유엔 진상조사단은 참혹한 학살의 증언이 담긴 400쪽 분량의 진상조사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국제법상 형사처벌이 가능한 ‘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했습니다. 당시 핵심 책임자로 6명의 미얀마군 장성이 지목되었고, 학살을 주도한 것으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사진)이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입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강력히 비난은 했지만 미얀마 군부가 이를 의도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다며, 그 대신 국제형사법상 처벌 규정이 없는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후 책임자 처벌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국제사회가 2017년 로힝야족 학살의 책임을 묻지 못하면서 민 아웅 흘라잉의 권위는 더 강력해졌습니다. 그는 결국 로힝야족 학살 4년 뒤인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켰고, 정당한 선거를 거쳐 집권한 아웅산 수지를 감금하고 무력으로 정치권력까지 장악했습니다. 미얀마의 민주화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겁니다.

하지만 5년 만에 미국의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유대인 대학살 이후 지금까지 7차례 집단학살이 있었고, 이제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에게 저지른 집단학살과 반인륜 범죄까지 모두 8차례가 됐습니다”라고 언급해 2017년 로힝야족 학살이 반인륜적인 범죄이자 집단학살임을 명확하게 밝힌 것입니다. 또한 국제사법재판소는 당시 학살 주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재판 절차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민 아웅 흘라잉은 현재 미얀마 최고 권력자입니다. 반면 로힝야족은 가난과 굶주림에 지친 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로힝야족 일부는 방글라데시 난민촌을 떠나 같은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 등으로 밀입국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은 입국이 허용되지 않아 아직도 보트피플로 바다를 떠돌거나 바다에서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강경한 입장이 당시에 나왔으면 미얀마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미얀마 군부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최근 들어 왜 바뀌었을까요? 로힝야족 집단학살의 책임자 처벌은 지금이라도 가능할까요?


이의진 누원고 교사
#미얀마 로힝야족 탄압#민주화#집단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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