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는 “나도 이걸(전동휠체어) 5년 탔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탄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며 “무게랑 경사 때문에 위험하다”고 손을 내저었다.
실제 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허씨의 전동휠체어만으로 공간이 가득 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보다 3배 가까이 더 걸렸다. 허씨는 “다른 사람들이 많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개통돼 비교적 신설 역사인 양천향교역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만큼 장애인용 리프트를 운행하지 않는다. 통상 장애인용 리프트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노후 역사 계단에 설치된다.
사고가 난 에스컬레이터는 현재 운영이 중단돼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전날 현장을 찾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에스컬레이터에 휠체어 진입을 막는 ‘차단봉’이 설치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서울시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양천향교역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따르면 차단봉 설치 여부는 설계상 필요에 따른 ‘선택사항’이다.
서울시와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9호선 모든 역사에 에스컬레이터 차단봉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수요조사를 마치고 예산 편성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최단시간 안에 차단봉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설치 전에는 에스컬레이터에 휠체어 출입을 금하는 안내판 등을 부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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